2024년 9월 2일 월요일
‘이 책은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쓰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저는 계속해서 그를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일의 배경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괴롭고 질긴 시간을 통과하며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사랑과 관계에 대한 무수한 고민을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서점에 책을 입고할 때 샘플 도서에 붙이는 소개 글이다. 초반에는 이런 메모를 붙여도 되는지 몰랐다가 몇몇 서점의 요청으로 쓰기 시작해 이제는 가능한 모든 샘플 도서에 붙이고 있다. 요지는 비슷하지만 쓸 때마다 글의 길이나 문장의 형태 등을 조금씩 변형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을지,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그래서 현실적으로 책을 사고 싶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글을 쓰기만 하다가, 책을 만들고 책을 판매하는 일을 하다 보니 내가 가진 역량에 자주 의구심이 든다. 여태껏 그 오랜 시간을 소비자로 살아왔으면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의지만 있다면 뭐든 알아보고 배울 수 있는 시대에서 잘 모르겠다는 말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리고, 나도 모르게 나의 의지와 간절함을 스스로 재단하면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서점을 찾아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책을 소개하고, 가능한 많은 북페어에 나가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책 홍보를 위해 팟캐스트 녹음도 했다. 그리고 또 뭘 해야 할까. 나는 뭘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어떻게 해야 책을 많이 팔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책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