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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Sep 03. 2024

훌라

2024년 9월 3일 화요일


일주일에 한 번 훌라를 배우러 다닌다. 작년 가을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다시 가을이 오고 있다. 일 년 내내 배운 것은 아니고 중간에 몇 달씩 쉬기도 했다. 이번 여름에는 7월과 8월에 각각 여행 일정이 잡혀 있어서 두 달간 쉬었다. 오랜만에 찾은 스튜디오의 환한 조명과 한쪽 벽면을 채운 거울 속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파우를 입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훌라라는 춤은 오래전에 <훌라 걸스>라는 영화에서 처음 보았다. 당시 아오이 유우를 좋아해서 그가 나오는 영화를 닥치는 대로 찾아보곤 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훌라를 추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나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영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박자감도 없는 데다 어떻게 몸을 움직여도 스스로 영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서 춤추는 데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금의 훌라 스승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원피스(지금은 그 옷의 이름이 무무라는 것을 안다.)를 입고 머리에 커다란 꽃핀을 꼽고 춤을 추는 그의 표정은 황홀할 만큼 우아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처럼 춤을 잘 추고 싶다기보다는 그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알고 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그가 운영하는 훌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새로운 곡의 수강 신청이 열렸고 당장에 등록했다. 춤을 배우는 공간에는 보통 전면에 거울이 있다. 내 몸이 움직이는 모습을 꼼짝없이 봐야 한다. 춤을 추기 전에는 춤을 추는 내 모습을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막상 춤을 추기 시작하니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게 좋았다. 훌라를 추는 나는 대체로 웃고 있다. 재미있어서 웃고, 어색해서 웃고, 틀려서 웃는다. 거울 속의 모두가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데 모든 사람의 동작과 표정과 옷이 다르다. 그 장면은 때로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훌라 스승은 자주 말한다. ‘훌라는 내 안의 바다를 꺼내는 춤’이라고. 거울 속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바다가 있다. 그 바다의 깊이와 색과 파고와 온도와 냄새가 전부 달라서 이 세상이야말로 진짜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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