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4일 수요일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다정함은 인류를 살렸지만 또한 많이 죽이기도 했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속한 집단 구성원에게는 다정하지만,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나와 다르게 생겼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를 적으로 인식한다. 적은 존재 자체로 우리를 위협하기에, 우리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우고 그들을 해하고 미워한다. 나와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제대로 살피거나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너무 쉽게 싫어하고 혐오하고 증오한다. 다정함만큼이나 혐오도 쉽다.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제시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말 한마디로도 사라질 수 있다. 더 자주 보고 더 깊게 알고 나면 우리는 서로의 적이 아닐 수 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내가 알아야 할 사실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사안들이,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전부를 기억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나는 분명 전보다 더 다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