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5일 목요일
우리 집 냉장고에는 늘 브로콜리가 있다. 있었다. 브로콜리가 항암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 끼니마다 데친 브로콜리를 먹고 있다. 채소는 데치기보다는 쪄서 먹는 게 더 좋다는 말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매번 찜기를 사용하기는 영 번거롭다. 사나흘에 한 번씩 마트에 가서 브로콜리를 사 온다.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십분 이상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몇 차례 씻어낸다. 그렇게 해야만 이물질을 제거하면서도 영양소를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세척한 브로콜리의 줄기와 송이 부분을 분리해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나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이분 정도 데친다. 끓는 물에 들어간 브로콜리는 금세 깨끗하고 쨍한 초록빛이 된다. 데친 브로콜리를 찬물로 빠르게 헹궈내어 한 김 식힌 후에 유리 용기에 담으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적고 보니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재미있거나 신나는 일은 아니어서 조금은 꾸역꾸역하고 있다. 원체 주방일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특히 채소 손질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엊그제도 브로콜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차마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 여름만 해도 한 송이에 이천 원대였던 것이 삼천 원으로 오르더니 어느새 오천 원이 되어 있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살 수 있는 과일과 채소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하나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