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 수요일
누구나 잘못을 한다. 작은 실수든 큰 죄든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고 상황과 관계를 망쳐버리곤 한다. 아주 흉악한 범죄가 아니라면 다들 어느 정도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가지 않나. 남편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내가 그 일을 그렇게까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은 대개 아주 파렴치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그렇게까지 잘못일까. 나는 여전히 이 지점에서 자주 서성인다. 내게도 그에 상응하는 잘못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혼할 때 가지고 있었던 빚과 술을 많이 마셨던 십 년의 세월. 그런 걸 외도보다 덜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남편의 외도를 이해해 보려고 애쓰기 이전에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안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 먼저 노력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그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다. 살면서 또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서로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던 마음이, 아주 큰 잘못을 하고도 받아들여졌던 경험이 우리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