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저에겐 바디랭귀지와 파파고가 있어요.
너 영어 잘해?
회사에 다니면서 몇 번의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본격적인 세계일주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 뒀다.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서 모든 하늘길이 막힌지 2년이 지나고 여러 나라들의 국경이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 해외를 나가는 것이기에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을 준비하면서 친구과 지인들을 만나다보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있다. 너 영어 잘해?
나는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토익 시험을 수차례 준비한 자랑스러운 남아로써!
영어를 엄청 못한다. 공부는 못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치열하게 영어를 공부해본 적이 없거든. 그냥 남들 배우는 것처럼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남들처럼 토익을 봐야하나하며 학원도 여러번 다녔지만 시험은 한번도 치룬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해외 여행을 잘 다니고 있다. 서로의 말을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실 내게 영어를 잘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일본에 여행을 가기 전에 일본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매번 일본어는 잘하냐고 물어보는 일이 많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곳인데다가 영어에 자신도 없으니 여행을 두려워하며 떠나지 못하고 영어는 잘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영어를 잘하면 현지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식당이나 관광지 가서도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 그렇다고 영어를 못하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고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으로 번역기도 돌려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170일동안 유럽과 지중해 주변을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느낀 것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영어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언어인 것은 맞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할 수 있고 유창하게 잘 한다는 말은 아니다.
처음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버스 타는 곳을 찾지 못해서 헤맨적이 있다. 옆에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영어로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지 몰랐기에 물어보지 못하고 주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다 살펴봤지만 못 찾았다. 앞뒤로 18키로의 가방을 메고 버스를 찾아서 뛰어다니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뭐 찾는거 있냐고 물어봐줬다. 나는 서툰 영어와 몸짓, 지도의 빅토리아 스테이션으로 가는 버스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직원은 척하고 알아듣더니 지하 2층으로 내려가란다. 내가 내뱉은 영어라고는 아이돈노와 하우투 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 직원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발음과 문장, 유창하게 내뱉는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는 나의 말과 목적지인 빅토리아 스테이션으로 가는 버스가 나와있는 지도로 무슨 상황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지. 결국 그 직원 덕분에 나는 버스를 탈 수 있었고 기착지인 영국에서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게 부족한 것은 용기 하나였을 것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 낯선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영어 아니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에 필요한 용기. 나는 이번의 짧은 세계여행을 통해서 그것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부족하고 더 나아가야할 점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는 큰 발전이 될 수 있었다.
여행을 할 때에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반드시 유창한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요즘은 여행에 좋은 어플들이 많이 나왔다. 구글맵, 파파고 등등 모르는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도움을 많이 준다. 아프리카나 중동, 중앙아시아 등등의 오지이면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럽, 북아프리카나 미국 등등에서는 유용하게 쓸 수 있으니 여행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부족한 것은 한걸음 내딛을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