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여행, 사랑, 인연, 풍경, 경험 그리고 사람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뜻하는 말, 영감.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일이 있고 그것들을 나아가게 하는 것들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것들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영감들. 항상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얻고 싶다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한 것들. 사진과 글, 영상등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발명가 같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것들이다. 내가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고 지쳐 쓰러졌다가 일어나게도 하며,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기도 하기에 항상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각자마다 다 다른 형태로 찾아오고 기존의 것들을 바꾸어 놓기에는 충분했다. 나에게 아마 최초의 영감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나는 몸을 쓰는 것을 싫어하고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적인 것들보다는 정적인 것들을 더욱 사랑했겠지. 책과 영화, 게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나에게 여행이 찾아오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면 아무나 잡지 못했을 그런 기회로.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는 학교에 갔다가 학교에서 금액을 지원해주는 해외답사를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신청을 해서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만난 풍경과 순간들은 그간의 나를 변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의 나는 여행에 빠지게 되었고 항상 갈구하게 되었다.
여행은 나의 삶의 많은 것들 바꾸어 놓았다. 길고 길었던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좁디 좁았던 내 세상을 깨고 나와 더 큰 세상을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내가 만난 첫번째 영감이자 나를 변화시켜주었기에 가장 사랑하는 것. 여행
사람마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 다르기에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모두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일수도 있고 풍경일수도 있으며 새로운 경험일수도 있다. 세계여행 중에 만났던 형이 한명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길고 긴 길을 돌고 돌아서 여행을 하고 있던 형이었다. 이것저것 하다가 안정적인 곳에 들어갔지만 결국은 때려치고 나와서 자신을 찾고 있던 형은 주위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연인들, 길가에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는 거리의 음악가, 환한 미소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의 것으로 기록을 하는 사람.
170일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떠올리다보면 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이 그 형이었다. 그를 마주하고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이다보면 지난 날의 나와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나를 마주하게 된다. 실수투성이였던 지난 날의 삶에 대한 후회와 더욱 열심히 노력해오지 못했던 회한 그리고 더욱 앞으로 나갈 수 있기 위한 동기부여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그는 무척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너무나도 따스한 사람이었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던 그런 사람. 그의 글을 한글자씩 읽다보면 저절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한다. 울고 싶은 것도 아니고 신나는 것도 아닌 그런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내 마음을 조금씩 깎아서 글을 적기 시작한다. 길지는 않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를 골라서, 짧게.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던 것도 형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는 내가 이런 글을 적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그의 글을 읽고 또 읽고 있었기에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마음과 글을 모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 마음들이 모여서 작은 결과를 만들어내겠지.
내게 새롭게 찾아온 영감은 결국 돌고 돌아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