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올 겨울은 새벽 세시 같았어요.
새벽 세시는 다시 잠들기에도 하루를 시작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이죠.
겨울도 그래요. 지난해의 끝인 12월과 새로운 해의 시작인 1월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요. 소멸의 여운과 탄생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죠. 끝이기도 하고 시작이기도 한 애매한 계절.
한 겨울의 새벽 세시를 떠올리면 마치 망망대해에 길을 잃고 표류하는 배가 된 기분이에요.
긴 고민과 불면의 결과로
밤과 아침의 길고 긴 시간의 틈에서 방황하는 그런 시간이죠.
다들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예요.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긴, 겨울밤의 한 중간이자 어제와 내일의 경계에 덩그러니, 어찌할 줄 모른 채 멀뚱멀뚱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거죠.
지나버린 씁쓸한 어제의 여운과 다가올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멈출 수 없는 초침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내일을 무방비상태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시간이었어요. 올해 겨울은.
눈이 녹고 봄이 오면 어디론가 나를 이끌어줄 뭔가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아니면 또 어떤 새로운 길이 나타나겠죠.
[오늘 - 오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