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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Nov 13. 2022

시간이 필요한 일

가만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


얼마 전 반려식물을 데리고 왔다.

3일에 한 번 물을 주라는 꽃집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사랑이 많이 필요한 아이구나 생각이 들어 품에 꼬옥 안고왔었다.



처음 키워보는 아이였기 때문에 낯 간지럽지만 다니엘라라고 이름도 지어주었고, 야근하고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도 꼭 물을 주고 해서 그랬는지 데리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빠알간 꽃을 피워냈다. 뿐만 아니라 서너 개의 꽃봉오리가 몽글거리며 그 속에 숨긴 분홍색 꽃을 슬쩍슬쩍 보여주고 있었다.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빨리보고 싶은 마음에  물을 삼일에 한번 말고 이틀에 한 번 혹은 매일 주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좀 더 자주 챙겨줬더니 이내 잎이 살짝 노란색을 띠며 나에게 살려달라며 SOS를 외치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시간과 속도가 존재하는 것을.  



이 아이는 삼일에 한 번씩 물을 줘야지만 몇 주가 걸려 꽃을 피워내는 아이이고,

그 시간을 줄여보겠다고 물을 매일 주고 내 방식으로 사랑을 쏟아내 봤자 뿌리와 잎만 썩게 되고 다시는 그 아름다운 꽃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했던 일은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 옆자리를 지키면서 그 아이를 따뜻하게 덮고 있는 흙을 자주 만져주고 물기가 부족할 때 필요한 만큼의 물을 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의욕과 사랑으로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차분한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마음만 앞선채로 쌓아둔 일을 처리하듯이 한꺼번에 몰아서 할 수 없는 것들.



마음을 다루는 일이 그랬다.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닫힐 때 필요한 시간이 있고

그때는 영영 알 수 없을 것만 같던 

 적정한 시간가만히 지켜봐 줄 수 있는 인내  



너의 마음을 찬찬히 보살피면서

필요할 때 어루만져주고 가만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




지켜줄게 - 백예린


https://youtu.be/IDD5_z3kK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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