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루스트 Apr 05. 2024

나에게 아기란 유니콘 같아

시누이는 임신했고 나는 인공수정에 들어간다

아기와 관련된 희망적인 이미지 일러스트를 그려줘

난임과 관련한 브런치를 작성하려고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켰다. 코파일럿에 '아기와 관련한 희망적인 이미지 일러스트'를 주문했다. 그가 그린 것은 유니콘을 타고 있는 아기였다. 난임인 나에게 아기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는 것을 형상화한 것인가? 나에게 아기란 마치 신화 속의 존재 같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손에 잡히지 않는 희망.




시누이가 임신했다

남편에게는 한 살 터울 누나가 있다. 나와 남편은 동갑이라 나도 누님과 한 살 차이가 난다. 우리가 제주도에 오면서 왕래가 뜸해졌지만 남편은 누나와 아주 친하다. 이런 남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더라면 자주 만났을 것이다. 자주 보진 못하지만 누님은 유쾌하고 편안한 분이다.


남편이 며칠 전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 있다"라는 말과 함께 누님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지난 설에 만났을 때 임신을 준비한다고 하더니 아마 그즈음에 바로 생긴 것 같다. 나는 그때 이미 임신을 준비한 지 8개월에 접어들었는데. 남편은 누님이 한 번에 임신이 돼서 신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머님은 신나서 벌써 아기용품을 사고 있다고. 덧붙이지 않아도 괜찮은 말까지 신나게 전했다.


태몽은 '용용이'. 내가 짓고 싶었던 이름이다. 청룡의 해 2025년에 태어나는 수많은 아가의 태몽이 용용이겠지. 물론 그렇겠지만. 시누이의 아기가 용용이라니 더욱 서글퍼졌다. 물론 소식을 듣고 "잘됐다!"라고 하며 축하를 먼저 전했지만 남편이 씻으러 가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그중 가장 첫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첫 번째는 허탈함과 억울함이 아닐까 싶다. 남들에게 쉬운 것이 나에게는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나에게는 어려운 것이 남들에게는 쉽다. 인공수정에 들어가는 나와 한번에 임신이 된 시누이. 사람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고 성격이나 상황이 다른 것인데 비교가 건강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비교하게 됐다.


두 번째는 나는 언제고 이 임신이라는 미션에서 패배감을 느낄 것 같은 불안감. 노력을 했고 결과를 기다렸지만 언제나 한 줄. 그런 경험이 벌써 10개월째다. 10개월이라니. 첫 시도에 바로 아이가 생겼으면 아이를 낳고도 남았을 시기다. 그랬으면 우리 용용이가 태어났을 텐데. 이런 생각마저 스트레스 요인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스트레스였다.


세 번째는 누가 들어도 좋은 소식이 나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난임을 겪고 있지 않았더라면 시누이의 임신은 좋은 소식이기만 했을 거다. 누나의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남편의 마음도 편하지 않아 보였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이 짐작되니까. 시누이는 아무 죄도 없고, 실제로 정말 축하하지만 결국 나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것이 슬펐다.




나는 인공수정 1차에 들어간다

돌이켜 보면 나는 인생의 어느 순간도 거저 얻은 적이 없다. 스무 살 인생의 전환점에서 헛발질을 해 그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는데. 이제는 하다 못해 임신까지 순탄치 않다. 이렇게 꼭 모든 과정을 다 겪지는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시누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다음 날에도 나는 부은 눈을 하고 배에 주사를 놓았다. 이번 주에 배란유도제와 고프로락틴혈증약을 먹고 과배란주사를 맞으면서 호르몬도 오락가락 기분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이야 기질 탓도 있겠지만 긍정의 마음을 다잡으며 겸허히 걸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남편이 어머님께 우리 상황을 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이 남편에게 "다른 집의 경사를 질투하면 아이가 빨리 생긴다더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인공수정 1차는 로또라고 한다. 의사 선생님도 인공수정 성공률은 자연임신 성공률과 비슷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 달에 난포가 무럭무럭 자라서 인생 로또 한 번 맞아보고 싶다.


사진. 코파일럿(Copilot)


매거진의 이전글 9개월 만에 난임 확정, 공포의 나팔관 조영술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