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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스트 Feb 12. 2024

9개월 만에 난임 확정, 공포의 나팔관 조영술 후기

내겐 너무 어려운 임신

나 웬만하면 잘 참는데 찢어지는 고통이더라


임신을 준비한다는 박수홍 씨의 아내 김다예 씨가 어느 방송에서 나팔관 조영술에 대해 한 말이다. 이처럼 나팔관 조영술은 임신준비자 사이에서 악명 높은 검사다. 사람마다 통증 정도는 다를 수 있는데 나팔관이 정상이어도 대체로 통증을 호소하는 후기가 많았다. 그 악명 높은 검사를 내가 하게 되었다. 임신준비 9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난임이 확정된 순간이다.




나팔관 조영술 전 타이레놀 먹기

임신준비 9개월 차, 난임병원 방문 5회 차. 다음번 병원 방문 때는 나팔관 조영술과 정액검사를 하겠다는 선언을 받고 돌아왔다. 다시 병원에 가기 전까지 5일 동안 공포에 떨었다. 어떤 통증인지 예상이라도 해보려고 나팔관 조영술 통증에 대해 엄청 검색했다.


난임병원 방문 6회 차. 다른 때와 달리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겁쟁이라 병원 가기 전에 타이레놀도 하나 미리 먹고 왔다. 내 이름이 불리고 양쪽 엉덩이에 진통제와 항생제를 각각 맞았다. 항생제 주사는 또 왜 이리 아픈 건지 본격적인 검사 전인데도 눈물이 핑 돌려고 했다.


기분 나쁜 통증이 한계까지 파고든다

본격적인 시술에 들어갔다. 나팔관 조영술이란 간단히 말해 양쪽의 나팔관이 막히거나 손상된 곳은 없는지, 정상인지 확인하는 검사다. 망할 자궁은 보이지 않는 안쪽에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쳐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일종의 풍선 같은 것이 자궁을 돌아다니며 나팔관의 상태를 보는 거라고 설명했다.


일단 소독부터 벌써 불쾌한 촉이 온다. 이제 시작이라니. 선생님은 모니터를 보라 하는데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진다. 모니터로 봐도 모르겠고 아프기만 해요.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고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시점부터 불편할 수 있단다. 하지만 벌써 아픈걸요.

꿍얼꿍얼한 고통이 서서히 커진다.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있다. 깍지를 낀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간다. 제발. 이제 끝내주세요. 속으로 되뇐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 이런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걸까. 이 이상 아프면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하는 순간까지 몰고 들어온다. 촬영이 끝났다.


가장 강력한 생리통이 30시간 지속되는 경험

많은 사람이 나팔관 조영술 후 통증을 생리통에 비유하고는 했다. 필자는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라 가장 강력한 생리통이 30시간 지속되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다. 심지어 꿍얼꿍얼한 통증은 강약 강약처럼 주기적인 것도 아니고 강약약 강약 강약중강약 같이 들쑥날쑥했다.


생리통을 겪을 때처럼 진통제를 먹고(병원에서 처방해 준다) 온열찜질팩으로 배를 따뜻하게(거의 지져질 정도로) 덮고 있었다. 검사 후 하루 정도는 그냥 환자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피를 동반한 잔여물도 같이 나오니 월경 기간과 비슷하기도 하다.


서러운 것은 남편은 이 고통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궁이 없는 자가 자궁의 고통을 어찌 알 것인가. 남편뿐만 아니라 여성이라 해도 이 시술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 고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혼자만의 고통이다.


나팔관 막히진 않았는데 한쪽이 시원찮다

검사 당일. 나의 나팔관과 남편의 정자 상태에 대해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남편 정자는 정상. 내 나팔관은 막히진 않았는데 왼쪽이 조금 시원찮단다. 오른쪽이 왕복 8차선 고속도로라면 왼쪽은 왕복 1차선의 비포장도로쯤 되는 것일까? 그래서 아마 우리에게는 기회가 띄엄띄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게 이론상으로는 양쪽에서 번갈아서 한 달에 하나씩 배란되는 것이 정상인데 인간이 꼭 그렇지는 않단다. 양쪽이 번갈아서 나오는지, 아니면 다른 박자가 있는지 추적해봐야 한단다. 이 말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눈빛이 왜 흥미롭다는 듯 빛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난임에 대한 걱정보다는 탐험적으로 내 난소의 박자를 파헤쳐 가보고자 한다.


난임진단서 받으려면 나팔관 조영술 필수

앞서 '공식적으로 난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인즉슨, 난임진단서를 받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난임진단서가 있어야 향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난임진단서를 받으려면 산전검사, 정액검사, 나팔관 조영술 결과가 있어야 한다. 이 검사를 합치면 대략 50만 원 정도가 된다.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검사도 아니기 때문에 대략 2개월이 흘렀다. 검사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돈과 시간이 있어야 난임부부도 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완벽한 난임부부가 되었다.


(여성)산전검사 - (여성)고프로락틴혈증 발견, 페마라정+팔로델정 처방(1회 실패) - (남성)정액검사 - (여성)나팔관 조영술 - 난임진단서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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