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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스트 Jan 09. 2024

구토가 원래 그런 거라니, 팔로델정 복용기

힘들면 전화하래서 전화했더니 돌아온 답은 '원래 그렇다'

팔로델정 복용하면 '원래' 그래요

남편은 '원래'라는 말을 싫어한다. 이건 남편과 연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사실이다. 그는 '원래는 원래 없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나도 그래서 '원래는 원래 없다'라는 말에 스며들었다. 원래가 어딨어!


그런데 구토, 설사가 원래 그런 거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약 먹다 힘들면 전화하라며! 이와 더불어, 약을 포기하지 말고 먹으라는 당부의 말까지 들었다. 임신하기 참 어렵다. 그래도 이거 이번에 안 되면 앞으로 내가 더 힘들어질 것 같은데. 불안감이 엄습한다.




페마라정과 팔로델정

본의 아니게 난임 시리즈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빨리 끝내고 싶다.

그렇다. 나는 결국 난임병원에서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내가 복용하게 된 약은 배란유도제 페마라정과 고프로락틴혈증을 치료하는 팔로델정이다.


앞선 시리즈에서도 언급했지만 프로락틴이라는 유즙분비호르몬 수치가 높아 내 몸은 주인이 임신한 줄 아는 모양이다. 유즙분비호르몬은 산모에게 젖을 돌게 하는 호르몬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난임을 유발한다고 한다. 프로락틴 수치는 5~25 정도의 수치가 정상 범위인데 본인은 54 정도가 나왔다고 한다. 프로락틴 수치가 높으면 난포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배란유도제까지 함께 복용하게 되었다.


페마라정은 매일 같은 시간에 2정씩 5일, 팔로델정은 시간은 상관없이 하루에 1정씩 15일을 먹으라고 했다. 에이, 길어도 15일만 먹으면 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나는 팔로델정의 위력을 간과했다.


구토 발생, 초주검에서 돌아오다

팔로델정 복용 4일 차를 지나고 5일 차 아침이 되었을 때, 어쩐지 속이 매스꺼워서 일어났다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약 부작용인가?' 사실 의사 선생님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었다. 팔로델정이 그만큼 부작용이 많은 약인가 싶다.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받을 때 병원 카운터 직원분이 약을 복용하다가 힘들면 전화하라며 복용방법 등을 바꾸도록 안내해 주겠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 게 떠올랐다.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막상 전화하니 그 직원분이 아니었는지 "팔로델정을 복용하면 '원래' 그렇다"는 말이 돌아왔다. 원래 그렇고 힘들어도 약을 잘 챙겨드시라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치르고 하루종일 요양하다시피 누워있었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나는 결국 내과로 향했고,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왔다. 팔로델정을 먹었다고 설명드리니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간 의아해하며 이 약을 왜 먹는지 물어보셨다. 저도 다 사정이 있다고요. 흑흑.


하루종일 쫄쫄 굶고 내과 가서 처방해 온 약을 먹고 또 잤다. 계속 잤다. 다음 날, 다행히 초주검에서 돌아왔다. 이제 무서워서 이 약을 어떻게 먹는다. 그래도 이 고생을 끝내려면 먹어야만 한다.


부작용 원인 추측, 공복에 먹어서

사실 팔로델정은 파킨슨병치료제 일만큼 독한 약인 것 같다. 복용 4일 차에는 생각보다 저녁을 늦게 먹게 되어 공복에 복용했는데 그것이 패착이 아닐까 싶다. 팔로델정을 검색해 보면 항상 식사직후에 투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팔로델정은 위장장애를 줄이기 위해 식후 또는 음식과 함께 먹자


부작용 해결 방안, 투약 횟수를 줄인다

의사 선생님은 이러한 부작용을 예견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시 투약 횟수를 이틀에 한 번 한 알로 줄이거나, 반 알씩 매일 먹으라고 했다. 먹지 말라는 말은 안 한다. 아무튼 먹으라고 한다.


오늘은 다시 복용 5일 차. 아직 입맛이 다 안 돌아와 저녁을 겨우 한술 뜨고 약을 먹었다. 식후 먹었으니 부작용이 없기를 바라면서. 우선은 이틀에 한 알을 먹어볼 예정이다.


민간요법 병행하기, 엿기름물 마시기

투약 횟수를 줄였으니 민간요법을 병행하기로 했다. 단유에 도움이 된다는 엿기름물이다. 아직 임신도 안 했는데 단유에 도움 되는 엿기름물 마시기라니. 씁쓸하다. 어쨌든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식혜가루를 샀다.


식혜를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엿기름물을 마셔야 한다. 식혜가루 티백을 물에 타서 식힌 다음 차갑게 마셔야 한단다(따뜻한 물을 마시면 젖이 더 잘 돈다고 한다). 일단 텀블러에 식혜가루 티백 하나를 넣고 물을 가득 채워보았다.


처음 접한 엿기름물 맛은 이게 뭐지 싶을 만큼 밍밍하고 찝찝하게 단맛이 느껴졌다. 식혜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맛있으려고 먹는 것은 아니니 마셔본다. 복용량은 글마다 조금씩 다르던데 티백 3개로 하루 3번을 마셔라고 한 글을 보았다. 일단 꾸준히 마셔봐야지.




다음 병원 방문일은 1월 18일이다. 산부인과, 난임병원은 방문일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호르몬이 정해준 날짜에 가야 한다. 부디 고역인 약 먹기와 민간요법이 효과를 봐 난포가 무럭무럭 자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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