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살다 보면 프랑스인 친구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다. 현지인과는 철저하게 구분된 선을 넘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데 친구 하자고 다가오는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 나는 가만히 있는데 다가온다면 경계를 해야 한다.
어학원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누구 집에 간다 하면 무작정 가야 하고 말을 못 해도 앉아있어야 한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해도 에라 모르겠다 가면을 써야 한다. 소심하게 방에 있지 말고 무작정 나가고 활동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유학을 간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불어를 해야만 한다!'
어학원을 다닐 때에는 여기저기 초대받거나 함께 어울릴 일이 많다.
나의 첫 번째 프랑스인 친구는 의외의 공간에서 연이 닿았다. 당시 플리커란 웹사이트가 있었는데 현재의 인스타같이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는 사이트였다. 나는 내가 모으던 자잘한 빈티지 소품들과 인형들의 사진을 올려놓았고 흔히 말하는 팔로워도 없어 혼자 놀던 곳이었다. 어느 날 사진 아래 댓글하나가 달렸다.
"coucou(안녕?)"
내 프로필 내 거주도시가 lyon으로 쓰여있다 보니 본인도 리옹에 살고 똑같은 인형을 모은다며 반가워하는 댓글이었다.
이 기회를 잡자! 프랑스인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일이 없기 때문에 떠듬떠듬 사전을 찾아가며 소통을 하였다.
그녀는 고장 난 인형들을 직접 고치는 내 인형 사진에 관심을 보였고 본인의 인형을 고쳐달라고 하였다.
이읔고, 우리는 번호교환을 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약속된 날, 리옹 시내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에밀리. 화려한 롤리타풍 드레스를 입은 에밀리는 리옹 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 교수를 한다고 했다. 30대 초중반쯤 되었을까? 당시 22살이었던 나보다 한참 언니인 그녀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가진 인형 마니아였다. 보자마자 나를 꼭 안아주며 프랑스식 허그 인사 Bisou를 해주었다.
낯을 너무 가린 나는 어정쩡하게 웃으며 k-예의로 준비한 디저트를 내밀었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여러분! 웹상에서 사람을 만나 사적으로 약속 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저는 그녀의 성별과 직업, 웹에 올라온 그녀의 옛날 사진까지 보고 신원이 확인됐단 믿음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