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채원 Che Kim
Nov 25. 2022
직장인이 되어가는 적응기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1. 신입사원 편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것은 이미 20년가량 된 매우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나는 신입사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며 오늘은 직장생활 초기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물론 당신이 지금 신입사원이라면 당신과 나와의 세대차이는 꽤나 크게 차이가 나겠지만 나도 또한 언젠가 당신과 같은 신입사원이었고, 지금은 내가 당신들 같은 신입사원들을 힘들게 할 바로 그 '꼰대 부장 녀석'이라는 점에서 나는 두 가지의 입장을 모두 경험했고 그 옛날을 돌이켜 보면 당신의 입장과 상사 사이의 문제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왜 당신의 상사가 직장 초년생인 당신에게 수많은 그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지를 직접 해대기도 하고 수없이 당해보기도 한 경험을 통해 신입사원으로서 직장이라는 정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다각도로 함께 생각하고 조언을 해 주기에 당신과 함께 저녁에 술 한잔 기울일 신입사원 동료보다 공감 점수는 조금 낮다 하더라도 조언의 폭과 깊이는 더할 것임을 약속한다.
우선 직장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과거에도 직장을 얻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특히 신입사원이라는 신분을 얻기까지 엄청나게 험난한 길을 거쳐야 하며 본인은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학교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꽤나 많은 준비를 한 채로 남다른 각오와 함께 회사에 왔을 것이다.
더구나 내가 입사했을 당시와는 다르게 최근의 추세는 한 번에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보다는 인턴이나 계약직의 경험을 여러 번 거친 후에 정식 입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전한 '생짜' 신입사원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신입이지만 회사에서 충분히 중요하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입사 후 2년 차가 된 중견사원인 당신에게도 아직 대리님이나 과장님의 뒤치다꺼리나 맡겨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업무의 종료시간도 내 의지에 달려있지 않아서 일이 없을 때는 눈치가 보이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엔 또 선배들이 갑자기 일을 주지 않을까 눈치가 보여 이래저래 눈만 가자미 눈이 되어간다.
젠장 내가 일을 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대체 나에게는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런데 왜 우리의 김대리, 이 과장, 박 부장님은 이력서에 인턴기간 6개월에, 동종업계에서도 1년씩이나 근무하다 입사한 당신에게 당장 일을 맡기지 않았을까?(물론 이런 경우에는 신입사원에게도 바로 단독으로 일을 맡기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신입사원에게는 당분간 업무를 하는데에 필수적인 회사의 유관부서의 여러 사람들과의 네트워킹과 전체적인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ERP, 회사 내규 등등)을 익히고 또한 이론을 실무에 연계시키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신입사원이 이런 소프트랜딩이 완료되었다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마음 놓고 업무를 맡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인 당신에게 맡겨도 거뜬히 할 수 있어 보이는 비교적 간단한 일 일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다른 업무들과의 연관성이 있고 혹시라도 단추가 잘못 끼워지게 되면 전체 업무에 영향이 갈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독립을 주기까지는 회사와 상사에게도 당신에게 믿음을 줄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미 그런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한 가지 팁은 회사에 당신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지금 당장 당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노력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은 당신에게는 당신의 능력을 자세히 관찰해 주는 선배가 있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당신에게는 그런 선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은 작은 업무를 주면서도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고 설명하지 않는 선배들 때문에 하게 되는 당신의 실수가 당신의 잘못으로 보이면서 독립이 더 늦춰지는 억울한 경우가 수없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업무를 받았을 때 모자란 정보를 당신이 잘 확인해야(처음에 업무를 받을 때든 중간에 진행하면서 깨닫게 되든 모른다는 걸 알게 된 때 물어보면 된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배들은 항상 바쁘다. 그래서 질문을 하려고 하면 자리에 없거나 당신의 질문 따위에 답하는 것보다 당장 메일을 쓰거나 전화통화에 열중이다.
하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의 선배들이 '바쁘다'라는 것은 수많은 일에 몰두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그 선배의 일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내가 그에게 질문을 할 일이 있겠는가? 즉,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당신의 선배의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며, 위에서 얘기했듯이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면 그 선배뿐 아니라 당신의 부서 전체에 더 복잡한 일이 생기게 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신경질적인 선배, '질문 따위는 생략한다' 타입의 선배라도 꿋꿋하게 물어봐라.
'이거 물어보지 않으면 일이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 꼭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바쁘신 것 같은데 질문드리는 건데요...'라고 시작해 보아라.(조금 복잡하지만 이런 취지로 물어봐 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위에서 신입사원이 처음에는 주로 네트워킹과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을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선배들에게 밥을 많이 얻어먹고, 다른 부서의 동기나 선/후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봐라. 선배들과 사이가 가까워지면 도움을 받거나 주기에 서로가 편안해질 수가 있고, 다른 부서의 동기나 선/후배를 통해서 회사생활에 필요하지만 당신이 아직 모르는 정보, 그리고 비용을 처리하고 회사의 각종 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숨어있는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이게 꼭 신입사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신입사원 때는 더욱더 필요하기 때문에 또한 그럴만한 시간과 계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다. 밥을 많이 얻어먹으라고 하니 학생 시절 돈이 궁할 때 그랬듯이 선배들에게 경제적인 이유로 밥을 얻어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친해지라는 의미이므로 밥을 얻어먹으면 커피 정도는 대접할 줄도 알면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아무래도 주고받음이 있으면 선배 입장에서도 좀 더 부담 없이 당신에게 밥을 사줄 수 있게 된다.(게다가 당신이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또 대다수의 선배들이 당신에게 커피조차 사게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당신이 사겠다고 말이라도 하면 그야말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것이 되지 않을까?)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에 대한 이야기고 지금부터는 신입사원으로서 첫 직장이라는 정글의 늪에 빠져 힘들어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수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3가지 정도의 사례를 생각해 보고 거기에 대한 대응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1. 나는 이 일에 적합하지 않은 가봐요 또는 이 회사가 내가 기대했던 그런 회사가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회사는 물론 당신의 선택에 의해서 다니게 되었겠지만 항상 기대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므로 나의 기대와 회사가 다른 경우도 많고, 어떨 때는 내 기대와 회사는 다르지 않은데도 내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내 경우에는 20년 동안 2개의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같은 회사 안에서도 직무가 바뀌거나 내 컨디션이 올라가고 내려감에 따라서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이 나에게 맞는지를 오랫동안 의심을 하게 되었던 적도 있었으니 처음 직장을 경험하는 신입사원인 당신들에게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너무 당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다반사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런 일은 비단 신입사원에게뿐만 아니라 중견사원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고 각각의 경우에 내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다를 텐데 이번 편은 신입사원들을 위한 내용이므로 그에 맞추어 3가지 정도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일단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부터 최소 3개월 정도는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정하고 실행하기를 권한다. 신입사원인 당신이 지금의 직장을 정하고 입사를 위해 노력한 시간도 그 정도는 들었을 것이기에 다른 직장을 구하는 데에도(새로운 직장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비슷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므로 지금의 고민이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해야 할 만큼의 고민이므로 적어도 그 정도의 기간을 들여 심사숙고하기를 권한다.
두 번째,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나보다 좀 더 경험이 많은 사람과 상담을 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나와 업무를 함께 하고 있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와 상담을 하면 더 좋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현재의 팀의 선배와 상담을 하기에 꺼려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다른 팀의 선배나 아예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인생선배와 상담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상담 대상을 좀 더 넓혀서 생각해 보자. 당신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일이고 당신은 아직 그 문제를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경험이 충분히 없으니 대응방법을 찾기에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세 번째, 나만 혼자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고, 회사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또한 나와 비슷한 경력의 동료와 나를 비교하면서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회사가 실망스럽거나 내가 실망스러울 때, 내 입장에서만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지만 회사나 동료의 입장을 고려하고 비교해 보면 실마리가 풀리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이렇게 고민해 보았는데 해결방법이 찾아지면 참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결론이 '나는 확실히 이 회사와는 맞지 않다'라고 내려질 경우에도 너무 걱정하지 않기 바란다. 해결법을 찾게 되는 경우에 비해서는 안타깝지만 그만한 고민을 하지 않고 5년 10년을 깨닫지 못하고 괴로움의 심연에 빠지게 되는 경우에 비해 신입사원 때 '이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나에게 다른 기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고마운 일이다. 당신의 직장경력은 이제 시작이며 길을 수정한다면 훨씬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라는 결론을 너무 쉽게 내리지는 말되, 그 결론을 많은 고민 끝에 얻게 되면 또 너무 주저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내기 바란다. 그 결정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당신을 응원한다.
2. 선배가 이유 없이 나를 괴롭혀요.
신입사원이 주제라 선배가 이유 없이 괴롭히는 경우만 들고 있지만 사실 후배나 동료가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도 있고, 나 역시 이유를 깨닫지 못한 채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단, 정말로 이유가 없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는 내 경우에는 없었던 것 같고(위의 경험에서도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를 괴롭혔던 선배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주변의 사례를 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후배를 괴롭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최소한 가해자인 선배가 원래부터 사이코이거나 하는 이유 정도는 반드시 있다.
보통 선배들이 신입사원을 괴롭게 하는 경우는 신입사원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성이 있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군기잡기'를 위한 괴롭힘이라는 잘못된 전통이 이어져 오는 경우, 또는 선배의 개인적 성격이 후배를 괴롭게 하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여러분이 요즘처럼 쉽지 않은 취업전선에서 좁은문을 뚫고 신입사원의 자리를 쟁취한 상당한 능력자라는 점을 생각할 때 위의 3가지 유형 중에 본인이 겪고 있는 상황이 어떤 경우인지는 유형의 소개를 통해서 이미 당신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교육을 목적으로 선배가 당신을 힘들거나 괴롭게 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숙명. 정면으로 이겨내야만 한다. 만일 여기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위의 1번에서 이야기하던 대로 당신은 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배가 당신에게 교육목적으로 힘들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것은 그 선배가 당신을 필요로 하며 당신에게 그만한 능력을 '기대한다'는 뜻이므로 당신에게 당신을 증명할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므로 힘들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만났던 내 친구의 말을 빌리면, 자기를 가장 괴롭혔던 선배가 요구했던 업무의 방식을 자기도 모르게 체득했던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는데 그 업무방식이 현재 직장에서 자신이 업무적으로 돋보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예전에 함께 밥을 먹으며 그 선배를 대신 욕해 주었던 나에게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이야기하였다.
두 번째로 소위 '군기'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경우라면 당신의 유연성과 SQ(사회성 지능지수)를 최대한 발휘하시기 바란다. 이 '군기잡기'는 사회에서 뿐 아니라, 동물의 왕국에서도 어떤 집단에 외부에서 새로운 개체가 유입되었을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 새로운 개체가 집단에 수용되는 순간 사라지게 되며, 일반적으로는 신입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나는 운 좋게도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런 상황으로 괴로워하는 친구나 후배들을 보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사실 여러분이 지금 생각하듯이 이런 '군기잡기'가 그렇게 쓸모 있고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에 최대한 빨리 극복해야 하겠다. 그런데 어떨 때는 당신의 능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또 오래 지속되는 예외의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잘 참아내는 것과 당신에게 우호적인 선배를 찾아내 당신이 부서에 잘 적응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방법이 가장 유효한 전략임을 말씀드린다.
마지막으로, 선배의 개인적 성격에 의한 괴롭힘에 대해서는 우선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 당신은 운이 없다. 게다가 이런 경우가 가장 대처하기 힘들다. 괴롭힘을 시도하는 선배의 성향에 따라 따로 책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고, 당돌해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은 3번의 경우에는 선배 자신의 문제가 당신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증폭이 되어 당신이 괴로워지게 되는 경우와 오로지 선배가 정말 이상한 사람인 경우가 섞여 있는데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둘 간의 문제를 이미 목격한) 제삼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당신 쪽에서도 문제의 상호작용에 의한 증폭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36계, 즉 피하는 것이 무조건 상책이다. 이런 객관적인 상황인식을 통해서 진짜 문제를 알아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데에도 당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본격적으로 회사나 선배가 위력에 의한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경우는 정말로 억울할뿐더러 무섭기도 할 것이다. 이 경우에 가장 어려운 것은 명명백백히 내가 잘못이 없고 회사나 선배가 잘못일지라도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 관련한 법 개정을 통해서 직장 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선배에 의한 부당한 대우의 경우는 예전에 비해서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으나 이것 역시 각 직장마다의 관습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쉽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사실 매년 회사에서 실시하는 매뉴얼 같은 교육에서는 윗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는데 실제로는 바로 그 윗사람이 당신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응을 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가 않다.
우선 선배나 상사가 위력에 의해서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 즉 업무적으로나 평가상 불이익을 부당하게 주거나, 심지어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히거나 또는 성추행/성폭력을 가하는 경우는 회사에서 공식적인 보호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분위기라고 생각되면 이곳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을 권한다.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혹시 노조나 노사협의회 같은 사원들의 대표자 체계가 있다면 이곳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만약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선배의 위력에 의한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다면 증거를 수집하면서 회사에 공개함과 동시에 회사를 떠나는 것도 고려해 보기를 권한다. 물론 그냥 조용히 회사를 떠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나, 그럴 경우 본인 뒤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며 이것이 나중에 후회를 하게 할 수도 있기에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할 것을 권한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떠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오히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맞서 싸우기와 도망치는 것 모두 본인을 위해서 심사숙고를 해야 하는 선택지로 권하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 (내 경우라면 신입사원 때 이런 일이 없었고, 지금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회사의 임원이라고 할지라도 맞서 싸우는 쪽을 택할 것 같지만 지금의 나 역시 위력이라고 하는 불의에 대해서 맞서리라는 장담을 하지는 못하며 더군다나 내가 신입사원인 상태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피하는 쪽을 택할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훨씬 더 대응하기 어려운, 회사가 위력에 의해서 부당한 대우를 부과하는 경우, 이 정도면 규모에 따라 뉴스에 날 정도의 사건이 되겠다. 사실 이 정도의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개인적인 조언을 하기 전에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를 포함한 사회적인 여러 단체들이 이미 대응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고 아마도 이러한 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초점에 놓은 것은 사회집단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직장인 동지 여러분을 위한 의견이므로 단체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떨 때는 개개 소속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단체들이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소속원 전체보다는 특정 그룹을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지만 여전히 회사를 상대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경우에 홀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보다 더 힘들 것이므로 위에 말한 단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선택지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 듯싶다. 다만, 이렇게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경우에 그 회사에 남든 다른 회사로 옮겨 가든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좀 더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지기에 회사와 싸우는 당신의 마음도 고려해야 하기에 쉽게 '바보같이 싸우지 말고 다른 직장으로 가세요.' 따위의 이야기가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은 신입사원인 당신들에게 쓰는 글이므로 힘들게 거대한 회사와 싸우는 것보다 다른 직장을 찾아서 도전하는 길이 절대로 비겁하거나 하지 않다는 점을 또한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다른 직장으로 향하는 당신이 세월이 지나 더 많은 경험을 쌓은 후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 본인의 경력을 걸고 회사와 싸우는 것만큼의 가치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한 가지 간단한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인사 잘하기'이다. 그냥 팀장님이나 팀원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도 인사 잘하기이지만 나는 회사의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을 권하려고 한다. 인사를 잘하는 것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요 대단히 힘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것의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나는 인사와 관련된 두 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 브라질에서 근무할 적에 우리 사무실의 보안요원 중에 마르코라는 직원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안요원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데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묻고 지나가면서 매일 인사를 하며 지냈다. 그런데 이 인사하며 지내는 것이 위력을 발휘했을 때는 내가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귀가하려고 했을 때다. 브라질은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 새벽에 택시를 타도 꽤 위험할 수 있고 우리 회사 근처도 조금은 우범지역이었는데 우리 회사가 있던 건물은 주차장을 12시 이후에는 차를 꺼낼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12시 이전에는 퇴근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새벽에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말았다. 택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르코에게 '혹시 주차장에서 차를 빼도 되겠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흔쾌히 OK라고 했고 나는 그 날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새벽에 야근하게 된 후에는 마르코가 잘 얘기를 해 두어서 그가 근무하지 않는 날까지도 나만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보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는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초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하였고 남은 페이지는 당신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채워나갈 것이기에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