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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Che Kim Dec 09. 2022

직장인들은 부장에서 만난다.

[직장 20년 차 김프로 생존기]4. 부장 편

자 이제는 '부장님' 이야기다.(참고로 우리 회사는 제목처럼 직급이 공식적으로는 사라져 ‘프로’로 불리지만 예전 기준으로는 내가 올해 막 부장 3년 차가 되었다.)


직장인 속담에 조만간에 너나 나나 모두 부장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선배와 후배 간에 결국은 임원이 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부장까지에서 직장 생활이 마감된다는 뜻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만큼 끝까지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면 가장 오랫동안의 세월을 부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어야 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부장님'이라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로 전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는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그리고 후배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불장군의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그리고 또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어서 더 윗사람들인 임원들에게 매일매일 깨지고 끊이지 않는 회식과 잔업에 눈에는 핏발이 서고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우리의 부장님들.

앞서 과장의 편에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부장은 '부서의 장'이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자의 뜻으로 과(課) 보다 부()가 더 크다는 것이 완전히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부서는 하나의 과보다 조금 더 큰 단위의 조직을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형사과, 세무과 이런 것들은 본부나 지부 아래에 있고 부장이 본부/지부를 맡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인사 인플레이션 때문에 본부장이나 지부장이 임원 격인 회사가 더 많지만 예전에는 부장은 매우 매우 높은 직책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장이 된 당신이나 나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이 있을까? (드디어 나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나름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생각보다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느낀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나로서는 당연하게 '리더십'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실 리더십은 카테고리 자체를 다루는 책이 수만 권 있을 거고, 리더십의 종류도 수백 가지 이상으로 분류되고 있을 것이어서 내가 어설프게 묘사할까 봐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다. 자세한 리더십 육성이나 훈련에 대해서는 그러한 전문서적을 찾아보시기 바라며 (* SEEDPAPER 출간의 '보스의 탄생'과 36.5 출간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추천한다), 나는 여기서 간단하게 리더십의 종류와 리더십의 원천에 대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리더십을 구분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설명의 편의상 아래 4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권위에 의한 리더십은 직위나 위력에 의한 리더십이 될 수 있겠다. 가장 일반적인 리더십이 될 것이며, 실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부장의 리더십에 있어서는 부서장으로써 당연하게 주어지는 부분이 되겠다.


솔선수범에 의한 리더십은 리더로서 스스로 여러 가지 일을 먼저 해 나감으로써 조직원들을 이끄는 방식이다. 푸시(Push) 하는 것보다는 풀(Pull)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위에 의한 리더십에 비해서 좀 더 잘 작용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리더로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조직원 중에 솔선수범이 가능한 서포터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명성에 의한 리더십이란 이미 형성되어 조직원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로써 이끌어 가는 것을 뜻한다. 보통 어떤 분야의 권위자에게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 명성에 의해 생겨나는 리더십이 되겠다. 부장이 되기까지 스스로 갖춰왔던 장기와 이에 대한 조직 내 인식에 의해서 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텐데 이런 이미지는 좋은 경우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나쁜(공포감 조성)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전에 의한 리더십은 소개한 4가지 리더십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권유하고 싶은 리더십인데 조직과 조직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솔루션을 고민하고 그것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비전 설정을 통한 리더십을 활용하는 리더가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장이 되었을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우선 그동안 작은 조직을 이끌다가 큰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여러 명의 조직원을 이끌다 보니 모든 조직원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휘둘리게 될 수 있는데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부장은 슈퍼맨이 아니며 부장이 아니라 임원이 되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안타깝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는 것이 리더가 되어가는 아픈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자.

다음으로 많은 부장들이 보이는... 나도 여전히 보여온 잘못된 모습인데, 지금까지 실무자로서 일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습관이 고착화되어 자기 자신의 역량만을 활용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부'장이기 때문에 다른 부서와 협업 그리고 '부서'전체의 자원을 총동원해서 좀 더 큰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부장의 역할이다. 그런데 부장이면서 아직도 자기 스스로 문서를 너무 잘 만드는 것에 감탄하고 있다면 착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당신은 이제 대리나 과장처럼 일하는 것으로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너무 윗사람의 눈치만 보다 이도 저도 못하는 부장이 되는 것을 경계하자.


이러한 유형의 부장은 생각보다 매우 많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통해서 눈치가 빨라져서 오히려 더 상사의 눈치를 잘 파악해서 여러 가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사정들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이도 저도 선택을 하지 못하는 부장들이 너무 많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은 후배들에게도 선배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신은 절대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지금껏 이렇게 지내왔다면 반드시 이로부터 탈피해야 좀 더 길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명심하라. (간혹 부장이 되었으나 너무 소신껏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문제가 되니 균형을 잘 잡기 바란다.)


참고로 내가 알고 있는 한 부장의 경우에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다 못해, 모든 일의 기준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윗사람에게 밉보이지 않는 것이며, 잘 보이기 위해서는 아랫사람들을 졸라 매 가면서 일의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실적을 시행한 프로젝트의 개수로 어필하려고 한다던가,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성공했을 때 성과가 클 것 같든 그렇지 않든 조금이라도 실패의 가능성이 보이면 절대로 그 일을 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언제나 이런 두 가지 사이에서 눈치만 살피면서 의사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니 사람들로부터 ‘고구마’(고답이: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한 사람)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부장의 유형을 소개하면서 바람직한 '부장님'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꼭 부장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적합한 편이 부장 편이라고 생각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우선 똑부/똑게/멍부/멍게. 혹시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똑부= 똑똑한데 부지런한 사람

똑게= 똑똑한데 게으른 사람

멍부= 멍청한데 부지런한 사람

멍게= 멍청한데 게으른 사람이다.


과학적인 설문의 결과는 아니지만 대체로 똑게 > 똑부 > 멍게 > 멍부 순으로 후배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경우에는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만 멍청한데 부지런한 사람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리고 똑똑한데 부지런한 사람과 멍청한데 게으른 사람을 거의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거나 정확한 설문조사를 통한 결과는 아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절대로 멍청하며 부지런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자.


그리고 팀장인 부장과 그렇지 않은 부장이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부장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팀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부장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부하직원이 없고 그냥 실무자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팀장인 부장은 위에서 자세히 설명을 했고, 아직 팀장이 되지 못했거나 혹은 임금피크제 등의 이유로 인해 실무 업무만을 맡은 부장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팀장인 부장과 그렇지 않은 부장 사이의 역량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물론 꽤나 두꺼운 종이 한 장이 되겠다.) 그러다 보니 아직 팀장이 되지 못한 경우이건 원래는 팀장이었다가 소위 면(免) 팀장이 된 경우이건 당사자 입장에서는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경우에도 아직 꽤나 많은 세월을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그대 만년 부장이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다. 스스로 자신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부터 발휘하고 후배 직원들을 리드하도록 하라. 그래야만 당신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남은 직장 생활을 보람 있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원이 될 부장과 그렇지 못한 부장을 소개한다.


과장이 될 대리와 차장/부장이 될 대리는 사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임원이 될 부장과 그렇지 않은 부장은 보통 본인도 그렇고 동료/후배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게 된다. 그런데 사실 이 구분은 정해져 있으면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실 정해져 있다는 것은 회사에서 임원 대상 교육을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각 회사별로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서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임원이 될 사람들은 그 사람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행동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어차피'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다.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는 사람은 '어차피'라는 한계를 깰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나의 부서의 경우에는 어떠한 프로젝트의 일부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기 마련이며, 그렇게 될 경우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원’의 경우에는 보통 하나의 부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부서를 총괄하며, 주어진 조건이 열악할 때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맡은 바 책임을 수행하는 책이므로 자신에게 맡겨진 부서의 역량 이상을 해내고 판을 새롭게 짤 수 있는 한계를 돌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 더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어떤 특별한 인재들만 가능한 일로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구나 이런 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업무의 역량뿐 아니라 다른 여건들도 모두 맞아야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나는 이 글을 읽고 지금은 부장인 당신이 임원이라는 경영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김프로생존기 #부장 #임원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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