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별표와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나가 서로에게 붙이는 일로 시작된다.
칠이 예쁘거나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웸믹에게는 별표, 실수를 하거나 아름답지 않으면 점표를 붙여준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주인공 펀치넬로는 실수가 많고 뛰어난 재능이 없어서 점표만 가득 붙은 웸믹이다. 더 속상한 일은 점표가 많다고 점표를 붙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표도 붙지 않은 루시아라는 친구를 만난다. 점표나 별표가 붙지 않은 루시아는 몸에 붙은 점표나 별표가 모두 떨어지길 원한다면 나무 사람을 만든 목수 엘리를 만나보라고 제안한다.
엘리를 찾아간 점표 투성이인 펀치넬로, 목수 엘리는 펀치넬로에게 진심을 다해 말한다.
넌 특별하단다.
어린이 연극, 가족 뮤지컬로도 공연되는 것을 알고 아이와 함께 대학로를 찾아갔다. 공연장에는 단체관람을 온 5~7세 아이들로 꽉 차 있었다. 선생님을 제외한 어른은 나와 함께 간 내 동생뿐이었다.
공연에서는 점표를 똥표라고 부르고 있었고 펀치넬로가 똥표를 받을 때마다 아이들은 자지러졌다. 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우리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펀치넬로가 엘리 목수를 만나서 '이왕 만들 거 좀 잘 만들지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나도 펀치넬로처럼 외쳤다.
그래, 좀 잘 만들지!
색도 잘 칠하고! 재능도 많이 넣어주고!
이게 뭐야 불공평하잖아!
한참을 눈물 콧물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아이와 연극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초등학교 저학년인 박시도 연극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박시가 5학년이 되던 해, 우연히 그림책을 함께 읽다가 그날의 질문들이 떠올라서 아이에게 물었다.
나: 박시야, 그때 연극 기억나? 펀치넬로가 말하잖아. 이왕 만들 거 잘 만들지 그랬냐고. 나도 똑같이 생각했었어!
박시: 아이고 의미 없다...
나: 왜? 왜!!! 잘 만들면 좋지! 별도 받고
박시: 엄만 뭘 잘 만들어 줬음 좋겠는데
나: 코를 높게 만들거나.
박시: 나보다 코 높은 사람 나오면 점표네.
나: 칠을 더 예쁘게 해 주거나.
박시: 엄마도 지금 보니까 칠 많이 벗겨졌는데... 알잖아... 그거 시간 지나면 벗겨져. 점표네...
나: 어... 맞네... 그러네...
나는 시스템 안에서 더 우위에 서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나의 부족함이나 우월함이 아니라 그것에 점표와 별표를 붙이는 사회 시스템, 문화가 문제였다. 나의 얕고 얕은 생각을 알아차리고 부끄러웠다.
EBS에서 칭찬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니 선생님께서 칭찬 스티커를 주시는데 발표를 잘하거나 밥을 빨리 먹을 때만 주신다는 얘기였다. 만약 잘 웃는 아이에게 스티커를 주시면 우리 아이가 제일 많이 받을 거라면서... 맘 카페에는 스티커를 많이 받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스티커를 더 받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어야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한참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얼마 전 학부모 교육에서도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라는 전문가의 말을 들었다. 물론 칭찬은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동기부여 수단 중 하나이다. 인생에 필요한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칭찬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나 바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한다. 화나도, 슬퍼도, 외로워도 춤추는 고래가 행복할 리 없다.
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부모나 주위의 인정을 받기 위해 365일 춤추는 아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래가 춤을 추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점표와 별표를 모두 달고 있지 않은 루시아를 보며
나: 별표는 좋은 건데 왜 떨어지냐. 아깝다.
박시: 응, 피곤해.
나: 뭐가 피곤해?
박시: 그 별 때문에 얼마나 애쓰면서 살아야 하는데. 한번 받으면 계속해야 해.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칭찬이 때로는 통제와 조종의 수단으로 쓰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던 것들. 나무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몸에 붙인 점표와 별표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평범했던 하루, 하루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한테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못했던 20대 때의 나.
넌 착한 사람이니까라는 말 때문에 거절 못했던 나.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 때문에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내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점표가 두려워서,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서 움직이지 말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위해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