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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Dec 07. 2021

2. 생각지도 못했던 베트남

해외연수가 원래 이런 거야?


4학년 1학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가지 않고 해외 취업 연수를 받으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생각도 대책도 없었지. 종강을 한 달 앞두고 있었지만 해외 취업 연수를 받느라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없었고,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머리에 든 것 하나 없이 기말고사를 치렀다. 여태 학교에서 3년간 쌓아왔던 학점을 날려버린 셈이다. 베트남이 대체 뭐길래 쌓아온 학점을 다 날려 버렸을까. 


해외 취업 연수 과정은 국내 연수 1개월, 베트남 현지 연수 3개월로 짧게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영어 수업과 기본적인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됐고 더불어 얄팍한 직무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 간의 국내 연수가 끝나고 7월이 되자마자 출국을 했다. 현지 연수 두 달 차에는 연수 운영기간 측에서 취업 알선을 해준다고 알고 있었다. 베트남에 있으니 마지막 학기도 당연히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그냥 나중에 취업계 내면 될 거라 생각하고 현지에서 마지막 학기 등록을 마쳤다. 어디든 취업만 되면 1년 동안 학교 제대로 안 다니고 졸업장을 딸 수 있으리라!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더랬지.


원래의 사업계획이라면 우리는 하노이 외국어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교육기관이 소도시에 있는 어학원으로 바뀌어 우리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 사업의 결정을 우리가 바꿀 수 있을 리 없다 생각하여 운영기관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연수를 받는 도중에 사업 계획이 달라지는 것을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곧이 곧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이 처음이었고 그 운영기관도 해외연수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노이 근처 들어보지도 못한 하이즈엉이란 소도시에 살게 되었지만 하이즈엉에 오자마자 중고 오토바이를 산 것은 베트남 살이 2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지 싶다. 소도시에서는 음식 배달도 안 되고 택시도 잘 없었다. 그런 서비스를 찾아서 이용할지 언정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어학원 원장님의 비서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데 도움을 주셔서 참 다행이지 싶었다. 하지만 원장님께서는 커미션으로 10만 원을 요구하셨고, 결국 베트남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또 바가지 씌어 버렸다.


아침 8시에 시작하여 3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베트남어 수업을 듣고 연수생들끼리 오후 내내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다 같이 요가를 해보기도 하고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지내고 있었다. 베트남어 수업은 현지 선생님과 소통이 힘들어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설이 열악함과 더불어 더운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때가 되면 운영기관에서 취업 알선을 해주겠지 막연히 생각만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케어도 없었다. 이대로 면접 한번 못 보고 방치될까 두려워 우리는 운영기관을 푸시하기 시작하여 어학원 원장님과 취업 면담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청한 면담이 화근이 될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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