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가 원래 이런 거야?
4학년 1학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가지 않고 해외 취업 연수를 받으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생각도 대책도 없었지. 종강을 한 달 앞두고 있었지만 해외 취업 연수를 받느라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없었고,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머리에 든 것 하나 없이 기말고사를 치렀다. 여태 학교에서 3년간 쌓아왔던 학점을 날려버린 셈이다. 베트남이 대체 뭐길래 쌓아온 학점을 다 날려 버렸을까.
해외 취업 연수 과정은 국내 연수 1개월, 베트남 현지 연수 3개월로 짧게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영어 수업과 기본적인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됐고 더불어 얄팍한 직무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한 달 간의 국내 연수가 끝나고 7월이 되자마자 출국을 했다. 현지 연수 두 달 차에는 연수 운영기간 측에서 취업 알선을 해준다고 알고 있었다. 베트남에 있으니 마지막 학기도 당연히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그냥 나중에 취업계 내면 될 거라 생각하고 현지에서 마지막 학기 등록을 마쳤다. 어디든 취업만 되면 1년 동안 학교 제대로 안 다니고 졸업장을 딸 수 있으리라!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더랬지.
원래의 사업계획이라면 우리는 하노이 외국어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교육기관이 소도시에 있는 어학원으로 바뀌어 우리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 사업의 결정을 우리가 바꿀 수 있을 리 없다 생각하여 운영기관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연수를 받는 도중에 사업 계획이 달라지는 것을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곧이 곧대로 따르기만 했을까.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이 처음이었고 그 운영기관도 해외연수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노이 근처 들어보지도 못한 하이즈엉이란 소도시에 살게 되었지만 하이즈엉에 오자마자 중고 오토바이를 산 것은 베트남 살이 2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지 싶다. 소도시에서는 음식 배달도 안 되고 택시도 잘 없었다. 그런 서비스를 찾아서 이용할지 언정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어학원 원장님의 비서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데 도움을 주셔서 참 다행이지 싶었다. 하지만 원장님께서는 커미션으로 10만 원을 요구하셨고, 결국 베트남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또 바가지 씌어 버렸다.
아침 8시에 시작하여 3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베트남어 수업을 듣고 연수생들끼리 오후 내내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다 같이 요가를 해보기도 하고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지내고 있었다. 베트남어 수업은 현지 선생님과 소통이 힘들어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설이 열악함과 더불어 더운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때가 되면 운영기관에서 취업 알선을 해주겠지 막연히 생각만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케어도 없었다. 이대로 면접 한번 못 보고 방치될까 두려워 우리는 운영기관을 푸시하기 시작하여 어학원 원장님과 취업 면담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청한 면담이 화근이 될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