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죽(우유)

by 홍반장

2학년 역사 시간!


"애들아!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면 누구를 뽑겠니?"


이번 시간이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이니 너무도 뻔하게 유도된 질문을 학생들에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나의 이런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세종이요!" "세종대왕 이요!" 대다수의 학생들이 말했고, 간혹 장난치고자 "왕건이요!" "단군이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학생들도 있었다

. (혹!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말했나?라는 아주 조금의 의구심도 생겼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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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종대왕님을 들 수 있을 거야! 조선시대의 수많은 업적의 주인공이자, 대단한 업적들이 바로 이 세종대왕님의 시기에 만들어졌거든! 예를 들어, 한양을 기준으로 한 최초의 달력인 칠정산, 그리고 음악에서는 아학 정리, 또 우리나라의 풍토와 환경에 맞춘 농법서인 농사직설, 그리고 최윤덕과 김종서를 시켜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영토를 확장하여 현재의 우리나라의 모습의 영역을 갖추게 된 것도 바로 세종대왕님 시기지! 거기다가 여러분이 잘 아는 측우기,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 등등.....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찬란한 문화 예술의 최고봉이라 칭할 수 있는 훈민정음 즉 한글 창제까지 말이야!"


"우와, 대단하네요!" 학생들이 내 말에 맞장구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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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도 떠드는 애들, 귀찮다는 듯 자는 애들도 있었고, 그런 거 알아서 머 하냐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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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평소보다는 조금 더 집중하는 애들이 많았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에 호응에 신이 난 나는 "재미있는 거 하나 더 알려줄까?" 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너희들 음악 선생님이 지금 출산 휴가 중이신 거 알고 있지?"


"네!"


"역사상 출산휴가를 제일 먼저 시행하신 분이 바로 이 세종대왕님이셔! 좀 더 이야기하자면 양인은 물론 노비에게도 출산휴가를 주셨어! 거기다가 여자 혼자서 아이를 낳는 게 너무 힘들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생활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노비의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주셨지! 아? 남편이 아이를 낳은 게 아니니 출산 휴가가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육아휴직이 되겠군! 어쨌든 이런 일들을 법률적으로 만들어 시행하신 분이 세종대왕님 이셔! 그래서 지금의 여성가족부에서도 육아휴직 장려 캠페인과 함께 세종대왕님을 홍보하고 있지!"


"우와! 대단하네요"


"그렇지! 그런데, 궁금하지 않니? 이런 훌륭하신 세종대왕님의 유언(원래 임금의 유언을 고명이라고 한다!) 말이야! 무슨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을까?"

나의 질문에 학생들이 순간 조용해지더니, 하나둘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라를 잘 다스려라!" "백성을 잘 보살펴라!" 등등의 대답들 말이다.


그 와중에 한 학생이 "단종을 잘 보살펴달라!"라고 말했고,

나는 놀라움과 반가운 마음에 "정답"이라고 외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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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겠지! 하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병약한 자신의 첫째 아들인 문종이 잘못되었을 때 어린 나이로 홀로 왕위에 올라갈 단종을 매우 걱정했다고, 즉 세종의 고명를 받드는 고명대신 (김종서, 황보인)에게 여러 번 당부의 말을 전했다고 하는구나!"


어렸을 적 나는 아버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 한편에서 찡한 무언가가 느껴지곤 한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 중에

"아버지의 자식 사랑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이 더 크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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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먼 소리 다냐?'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말뜻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조선의 세종대왕이 죽는 순간까지 이홍 위(단종)인 장손을 걱정했던 것처럼, 영조 대왕이 41세에 정말 귀하게 얻었던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지만(임 오화 변), 그럼에도 내

치킨커녕 임금에게만 줬다던 그 귀한 타락죽(지금의 우유)을 손자인 이산(정조)에게 내어줬던 영조를 보면서 어찌 보면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한 것이 손자에 대한 사랑이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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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요일이 우리 엄마의 생일이다.

우리 큰 아들은 매년 되지도 않는 손 편지를 써 드리고 있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글자도 엉망이지만 우리 엄마는 손자의 손 편지를 보며 '아이고, 이런 걸 어떻게 다 썼대! 진짜 대단하다. 우리 유찬이가 어떻게!' 감격도 그런 감격이 없다!


집에 돌아가면 울 아들 편지 쓰는 것 좀 도와줘야겠다! 편지에 들어가는 그림도 말이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많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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