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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tany 니오타니 Jan 29. 2023

십 점 만점에 십 점

즐겨보던 <알쓸인잡>이 끝났다. 모두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 들인데, 하나의 주제에 대해 던지는 대화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 짜인 테피스트리처럼 아름답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볼 때마다 감탄했다. 그리고 그 대화에 마구마구 끼어들고 싶어졌다. 모든 패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새로이 합류하신 심채경 박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인물이지만 이렇게 생각과 심지가 굳은 인물인 줄 미처 몰랐다. 차분함 속에 누구보다 단단한 자아를 지닌 심채경 박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인물이 지닌 지식 때문이 아니라 건강하고 자의식이 없는 내면의 단단함이 매력을 더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삶에 대한 자신감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또 피해를 주는 일도 없이 그냥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당당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일상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장 단골집 사장님의 성실함과 다정함, 아무런 치장이나 거품 없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상의 편안함들 속에서 보이는 타인과 자신에 대한 친절함. 요즘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멘털이 약해진 상태이다 보니 특히나 그런 사람들과 상황들을 동경한다. 


메모장에 써놨던 글인데 누가 한 말인지 기록을 안 해놓았다. 아마도 정서경 작가가 팟 캐스트에서 한 말 같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지금 내 마음을 너무 대변해 주는 글이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그분들은 삶에 자신이 있어 보여요. 아무도 부럽지 않고, 너무나 떳떳하게, 자연에 거의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아가시거든요. 그런 당당함이 너무 근사한데, 어떤 작가나 뮤지션들에게도 그런 당당함이 보여요. 글을 써야 되는 어떤 확실한 이유, 음악을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작가들이 부럽죠. 이런 사명이 있고 이런 떳떳함을 가진 사람들은 진짜 좋겠다. 저는 없어요. 뚜렷한 사명감이나 명분이 없는 게 좀 유감이긴 하지만, 저와 같은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저도 그중 하나로 막막한 앞날을 그저 이렇게 더듬더듬하면서 재밌게 내 할 일을 하는 그것으로 됐다.


아직도 재미있게는 못하지만 더듬더듬 내 할 일을 성실히 해 왔고, 또 앞으로 더욱 재미있는 일을 찾아나갈 나를 좀 더 격려해 주자. 나는 비록 5점짜리 인간일지언정, 스스로는 십 점 만점에 십 점이라 스스로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


저물어가는 휴일 오후에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독여 본다.


#혹독한일월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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