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아닙니다! 어학연수 아닙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한 달 살기 블로그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한 달 살기를 한다는 것은 아이와 24시간 한 달 동안 붙어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세계 여행이고 최소 6개월 이상은 떠나는 일정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육아휴직도 일 년 해봤고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텨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자만한 저를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굉장히 행복합니다. 아이는 늘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에너자이저 같은 존재니까요.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제가 그냥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라는 것입니다. 에너자이저와 발을 맞추기엔 제 배터리는 너무 빠르게 닳아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여행계획, 집안일, 글 쓰기, 미래 준비 그리고 실제 여행 등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이와 24시간을 매일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놀러 가기 전 오전에 잠시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할 때면 아이는 저에게 3만 가지 정도의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잠시 혼자 놀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무언가를 던지고, 깨트리고, 어지르고, 눈앞에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집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왔기 때문에 최대한 혼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네. 실패했습니다.
아이를 혼내고, 왜 혼냈는지 설명해 주고, 해외에서 왜 더 조심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눈물 닦아주고, 안아주고를 꽤 많이 반복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계속 미뤄져서 힘들었고, 아이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참고로 아이가 시력 관련 눈 수술을 받아서 영상을 보게 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두 가지 작전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미션 주기입니다.
한 달 단위로 아이가 공부 미션을 달성하거나 매일 일기를 쓰면 특별 소원 카드를 줬습니다. 그리고 그 소원 카드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등의 소원을 들어줬습니다. 물론 한도는 정했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소원 카드를 많이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집중해서 사고 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공부, 일기,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소설 쓰기, 과학 뉴스 보기 등이 많은 시간을 차지했습니다. 저 역시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는 생각하는 시간 따로 빼기입니다.
여러 가지를 계획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시간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생각하는 시간을 쓰지 않고 무조건 나가서 바닷가에 앉아있거나 산에서 마을 경치를 구경할 때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아이가 모래나 자갈놀이를 하거나 잔디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대부분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좋은 경치를 구경하면서 생각하면 막힌 혈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썼지만, 여전히 아이와 균형점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해외에 있다 보니 더욱 조심할 것도 많고 조율하기 힘들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조율하는 시간이 결국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시간을 보낼 때도 같은 규칙으로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누군가 아이와 함께 한 달 살기 혹은 세계 여행을 떠나실까 고민하신다면 반드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변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힘든 것보다 아이가 행복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닌지 반드시 꼭 생각하시고 굳은 결심으로 떠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이번 여행 중 아이와 붙어있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지만, 아이가 경험하는 세상과 부모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관계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금 아이는 5분 동안 종이비행기 접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만든 비행기로 30분 넘게 놀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쓴 순간 아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한테 비행기를 계속 날려 보내네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웃는 것을 보면 행복한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함께 24시간 매일 붙어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아이와 저와 함께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전 마지막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육아맘, 대디분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