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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 Oct 29. 2019

할 수 있는 건 도전이 아니지

새로운 경험이 여행?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카피에는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인 듯하다. 여행지를 고를 때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도전과제 같은 느낌이 있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는 나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한 달 살기 리스트로 몽골, 티베트, 네팔, 브루나이 공화국, 쿠바 등이 있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몰라 왠지 새로운 도전에 적당해 보였다.


여행작가 친구에게 한 달 살기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여행지에 조언을 구하며 위에 여행지를 나열했다. 친구의 한 달 살기 추천지는 시칠리아, 몰타, 모로코, 남프랑스였다. 모험을 좋아하는 친구의 제안은 예상 밖이었다. 또한 로마에서 시칠리아행 야간열차를 권했다. 이 열차가 특별한 것은 기차가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험은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경험은  4인 1실의 야간열차에서 만난 이탈리아 아줌마들과 13시간의 여행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난 단박에 거절했다. 나의 거절 포인트는 13시간도 아니고 기차도 아니었다. 침대칸에 4명이서 함께 자야 하는 하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친구가 하는 말이 

"몽골은 괜찮은데 침대칸은 힘들다고?"

"새로운 경험이 오지로 간다고 하는 게 아냐"

"새로운 경험은 진짜 못하는 걸 하는 게 진짜 새로운 경험인 거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건 도전이 아니지"


어디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

뼈 때리는 말이었다.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모험 같은 얘기였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은 할 수 있다. 매일 하던 습관을 벗어나, 새로운 경로로 출근하기, 처음 보는 것 먹어보기,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하기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게 새로운 경험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 새로운 여행지로 가는 게 아니라 여행지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걸 하는 거다.


남들에게는 평범하지만 나에게는 어렵고 특별한 것들. 나의 경우를 생각해 봤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기, 모르는 외국인과 합석하기, 한국인 여행자와 동행하기 등이 있을 거 같다. 나의 여행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가리는 음식도 없고, 겁나는 장소도 별로 없다. 아마 번지점프보다 더 어려운 건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자는 것이고, 산악등반보다 더 어려운 건 낯선 사람과 동행하는 일이다.


새로운 경험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이유를 알면서도 여전히 망설여지는 걸 보면 도전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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