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엄마의 반려 에세이 <인어별에서 온 하비>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
<인어별에서 온 하비>
2022년 발행된 이 책은 협찬받긴 했지만 따로 서평 요청이 있진 않았다.
'책임연구원 진급을 앞두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수의대에 갔다. 9년 차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하비와 안둥이의 엄마이자, '까까'라는 단어와 '츄르'라는 단어를 같이 익힌 두 살 남아의 엄마이기도 하다. '.
저자 소개를 읽는 순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어릴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었던 저자는 6년 동안 다니던 회사의 진급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원래 뚱이와 안둥이라는 고양이를 키우던 저자는 수의사가 되고난 뒤 15세 뚱이를 잃는 슬픔에 빠진다.
4년의 공부를 마치고 수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고양이들에게 달려가 "이제 엄마가 너희를 지켜줄게."라고 했던 저자는 뚱이와의 이별을 맞으면서 '엄마가 수의사면 무슨 소용인가. 내가 뚱이에게 해준 것은 고작 숨이 넘어가기 직전 심폐소생술을 잠시 해주다가 포기한 것, 숨이 멈추고 나서야 사망 원인을 알고 싶다며 방사선 사진을 찍은 것밖에 없었다. '라며 큰 자책을 한다.
그즈음 고양이와의 이별을 앞두고 자책하던 다른 보호자와 함께 울기도 했다.
뚱이를 잃은 지 두 달 뒤, 저자의 병원에는 어미와 함께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2개월 아기 고양이가 오게 된다. 보호자는 길에서 아기 고양이가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게 안쓰러워 데리고 왔지만 집에서 케어할 여건이 안 된다고 했다. 아기 고양이는 걷지 못했고 뒷다리는 감각이 없었다.
보호자를 설득해 일주일 동안 지켜보자며 치료를 진행했는데 고양이는 여전히 뒷다리를 끌고 다니며 대소변을 흘리는 상황이었다. 아기 고양이는 자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밥 시간만 되면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며 밥그릇을 향해 돌진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호자와 저자는 일주일 동안 임시보호처나 입양 갈 곳을 알아보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저자는 이 후지마비 고양이 이름을 '하비'라고 지으며 보호자를 자처했다.
하비라는 이름은 '하체 비만'의 줄임말. 농담처럼 유쾌한 이름이었으면 해서 지은 이 이름은
후지의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재활 치료를 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비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배변이었다. 집사의 스케줄에 맞춰 압박배뇨를 했는데
이런 집사의 노력을 아는 것인지 하비는 기저귀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배뇨를 참을 수 있게 된다.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게 안쓰러워 휠체어를 알아보러 갔다가 좌절했지만 또 끈질긴 관찰과 집념으로 하비가 휠체어 적응에 성공하는 이야기는 읽다가 함께 울컥하게 된다. 하비는 늘어져서 힘이 없던 꼬리에도 어느덧 조금의 힘이 생겼고 휠체어를 타고 꼬리를 조금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참 담담하면서도 바위처럼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6년간 다닌 회사를 관두는 것도, 수의대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어려웠을텐데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해 서술하지 않는다.
후지마비 고양이를 키울 때 갖는 안쓰러움과 어려움을 말하자면 몇 백 페이지도 모자랄 것 같은데
그 역시 담담한 일상처럼 서술해 간다. 농담처럼 유쾌하게 고양이의 이름을 하비라고 지은 게 우연이 아니다.
'걱정은 붙들어 매고 그냥 한 걸음 내딛는 고양~' 이라는 표지의 유쾌한 문구가
홍화정 작가의 귀여운 그림까지 더해져 읽는 동안 묘하게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