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하루_17 헤이리 하하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고용노동부와 헤이리가 함께 마련한 취,창업 프로그램 <하하 프로젝트>가 지난 5월부터 두 달여의 시간을 거쳐 지난 7월 20일에 끝났다. 취, 창업반 모두 2명이 1조가 되고 취업반은 7주 동안 헤이리 7개 공간을 2차례씩 다니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실무를 배우고 창업반은 7주 동안 한 공간에서 창업에 필요한 실무와 이론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헤이리의 특성을 살려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취업과 창업을 하도록 돕는 이 프로그램에 우리 박물관도 취업반으로 참여하게 됐다.
하하 프로젝트 수료식. 창업반은 그새 장인이 됐다. 취업반은 그간 작성한 과제물들을 제출했다.
이곳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취업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상식과 실무를 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살짝 긴장도 됐다. 한 팀에 3시간씩 2번, 6시간 동안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가 내게 안겨진 과제였다. 첫 3시간은 우리 박물관 전시품인 인형들 속에 숨은 세계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그다음 3시간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실무 중 특히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잘 다루지 않을 것 같은 전시해설 실무와 전시기획안 작성, 그리고 보도자료 작성에 대해 강의했다.
5월 취업반과 창업반 첫 만남에서는 박물관과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물관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가 박물관을 준비하고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편하게 얘기했다. 누구 유명한 사람들처럼 내세울 수 있는 성공스토리는 아니지만 비슷한 길을 모색 중이거나 가게 될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다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이도 있었고 문화예술 관련 일을 해오던 이도 있었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참여한 이도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창업반 14명과는 공간 소개차 한 번 만났고 취업반 참가자들과는 7개 조, 14명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임하는 이도 있었고 중간 과정에서 지치거나 오히려 방황이 새로 시작된 듯한 이도 있었고 수업 전반을 즐기는 여유 있는 이도 있었다.
강사였지만 배울 점도 많았다. 한 분야를 열심히 오래 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일본 문화에 정통한 이, 인도 문화에 정통한 이, 미술사에 해박한 이, 전시해설을 오래 한 이. 수업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며 내가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평소 박물관의 인간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더랬다. 한 번 만난 사람을 두 번 만나기는 드물고 오랜 시간 같이 지내는 관계를 맺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하 프로젝트 참가자들과의 만남은 좀 달랐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6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진로를 의논하고 박물관 전반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같은 길을 걸을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긴 했지만 또 다른 길을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걸어온 길 속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함께 나누는 시간은 그만큼 알찼다.
수업 과제로 내 준 전시기획안을 멋들어지게 해온 이도 있었고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며 좋을까라는 부분에서 내 귀가 번쩍 뜨일 좋은 아이디어를 내 준 이도 있었다. 수업 중 어쩌다 조금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경우도 있는데 내 말이 도움이 됐다며 일부러 박물관을 다시 찾아와 줘서 황공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뜨거운 열정이 눈에 보이던 한 참가자는 프로젝트 기간 중에 취업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 때로는 다른 이의 지식에서, 또 때로는 다른 이의 태도에서.
다른 사람과의 여섯 시간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든 짧은 시간이 아닌 것 같다. 수업이 끝나 수료식을 할 때 왠지 서운했다. 서로의 발전을 모색하면서 가진 시간이었기에 더 짙은 여운을 남긴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