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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Mar 12. 2021

다크 핫 초콜릿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단어가 필요할까 - 말할 수 없어도 믿을 수 있는 것들

Copley square를 지나서 Trinity church를 왼쪽에 끼고 돈 다음 교차로를 하나 건너면 작은 가게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던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잠시 동안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로 결정했고, 몇 분 후 다크 핫 초콜릿 한 컵을 손에 든 채로 가게를 나왔다.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컵을 든 채 나는 다시 Copley sqaure로 향했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았다. 맑은 날이면 새파랗게 빛나며 스스로를 과시했을 John Hancock tower가 우울한 청록색으로 빛바랜 채 왼쪽 시야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한적한 광장을 바라보며 나는 다크 핫 초콜릿을 입에 머금었다.


첫 한 모금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려보았지만 은은한 씁쓸함만이 혀를 감쌀 뿐이었다. 혀를 녹여버릴 듯 강렬한 단맛이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억센 쓴맛에 길들여져 있던 나의 혀는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한 채로 혼란에 빠졌다. 삼켜서 목을 지나갈 때에서야 초콜릿은 그 존재감을 발휘했다.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진한 국물처럼 초콜릿은 천천히 목구멍에 달라붙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을 말로 휘감아서 기억 속에 붙잡아 놓기에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것들이 너무 적었다. 혀끝에 아주 옅은 씁쓸함이 남았다.


나는 조금씩 다크 핫 초콜릿을 머금고 삼키기를 반복했다. 아래로 갈수록 더욱더 끈적하게 목구멍에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달콤해지지는 않았다. 컵에 담긴 초콜릿이 반쯤 남았을 때, 나는 내가 이 맛을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가짜들에 이미 너무나도 길들여졌기에 그로부터 벗어나려면 이 한 컵으로는 부족할 것이었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 배워야 이 맛을 느낄 수 있을지 막막했다.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형용사들이 어디에도 들러붙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고, 초콜릿과 함께 내가 알 수 없는 깊은 곳으로 흔적 없이 가라앉았다. 나는 핫 초콜릿을 다 마셨다. 결국 나는 그 기억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얕은 곳에 붙들어 놓을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정직했다. 말이 닿지 않는 몸 안 깊은 곳으로부터 온기가 올라왔다. 몸에 활기가 돌았고, 나는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할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말로 공유할 수도 없고, 바람에 식어 곧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의 행복만큼은 진실이었다. 그것만큼은 굳이 단어를 찾아 말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우울하게 하고, 괴롭게 하고, 의미 없는 말들로 몰아세웠지만, 결국 나는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 정도의 단순함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고, 그리고 그 단순함은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비록 곧 잊어버리고 말지라도 다시 방문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 그때까지는 살아있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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