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내용은 모두 허구이자 제 상상입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런 말을 듣고 싶다는 제 바람을 상상하여 적은 글입니다.)
제 이름 석 자 앞에 대통령이라는 과분한 호칭을 붙여준 것은 바로 국민이셨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국난 앞에 의병이 일어났듯이,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과 강압 속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3·1 운동이 일어났듯이, 2017년 비상식 앞에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려 하자 우리 국민은 다시 일어났습니다.
시청에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촛불의 물결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서 저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으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최근 저는 문재인 정부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민 여러분에게 진솔한 사과의 말과 더불어 희망의 말을 전하려 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기 전 국민 여러분에게 공약(公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공약을 돌이켜보니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만 남게 된 것들도 많아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약속드렸었습니다. 그것은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바라던 보통 국가, 정상 국가의 모습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그리고 결과의 정의로움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LH 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비공개된 내부 정보를 통한 투기가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 과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적폐라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들은 대다수 국민이 예상하다시피 다들 쉬쉬하며 지난 수십 년간 암암리에 자행되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설사 그 악습이 또다시 일어났더라도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서 다시는 발생할 수 없게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추위에 떨면서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어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셨던 국민의 바람이었고 소망이었을 테니까요. 현재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 그리고 평등이 흔들리는 이 부분에 대해 저는 대통령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 LH 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뿐 아니라, 이 나라의 공정과 정의. 평등을 흔들 수 있는 일 전반에 관해 선제 조사와 처벌, 그리고 예방을 위해 남은 임기를 다하겠습니다. 부디 국민 여러분도 냉철한 시선으로 저희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여 정부의 대처가 옳지 않다고 느끼신다면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로서 국민 여러분이 회초리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2020년 합계 출산율이 0.82로 집계되었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합계 출산율이 5명에 달했던 1960년부터 급격히 감소해서 2000년대에는 합계 출산율이 1.5명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1명 초반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합계 출산율은 현재 1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의 합계 출산율 전망 또한 더 감소할 거라고 합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매년 수십조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지만, 송구스럽게도 출산율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저는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많은 분이 뽑는 것은 집값 상승, 안정된 일자리, 경제 불황 등을 꼽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안정된 일자리가 많아지면, 경제가 좋아지면 물론 출산율은 지금보다는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국민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국민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점점 어두워진다는 말이겠지요. 저는 출산율의 감소와 더불어, 국민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점점 어두워진다는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대신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출산율의 감소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 피라미드식 인구 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이 중년층이 많은 호리병 구조를 넘어 이제는 노년층이 급격히 증가하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구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밝아질 것이라 낙관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국민이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변명하거나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2017년 대한민국에 어둠이 몰려올 때 국민 여러분이 촛불을 들어 어둠을 물리친 것처럼 문재인 정부 또한 남은 임기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를 위해 선샤인 코리아(Sunshine Korea)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선샤인 코리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현금지원이나 인센티브가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뿐 아니라 전문가분들과 일반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을 위해 촛불을 든 국민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눈높이에 이르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정부와 저는 추운 겨울 아이의 손을 잡고 길거리에 나와 촛불을 든 국민 여러분의 그 간절했던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