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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Aug 24. 2020

사회적 거리 두기, 문화예술과 온라인의 거리를 좁히다

온라인으로 즐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콘텐츠

영상으로 만나는 공연

유튜브로 옮겨온 

무대


3~4월 공연을 잠정 연기한 국립극장은 지난해 가장 흥행한 작품인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실황 영상을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3월 25일부터 2주간 공개했다. 전막 영상을 온라인 채널에 공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예술가와 제작진 등 이해관계자의 지식재산권을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뿐 아니라, 불법 복제와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을 실현하기 위해 오는 5월 8일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주요 레퍼토리 6편을 차례로 상영한다.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3월 20일부터 2주간 유튜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제한적’으로 진행한 상영회임에도 회당 평균 3,000명 넘는 사용자가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21회 동안 누적 시청자 수 6만 3,564명, 조회 수 73만 7,621회. 공연 영상을 보기 위해 시간에 맞춰 모니터 앞에 착석한 관객들은 실시간 댓글 기능을 활용해 “벌써 매진” “지금부터 들어오는 사람은 입석”이라며 이색적인 관람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화답하듯 공연 영상화를 담당하는 제작감독이 댓글로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관객의 궁금증에 답변을 다는 등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공연 영상화 사업은 오래전부터 공연예술계의 화두였다. 다만 국내에서는 국립극장·예술의전당 등 국공립 기관을 중심으로 공익 목적을 위해 진행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제약이 많아 공유와 활용은 뒷전인 상태다. 비록 영상으로는 무대를 누빈 예술가의 거친 호흡도, 달아오른 객석의 박수갈채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난 공연이, 예술이 선물하는 즐거움을 상기하게 하는 ‘발견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MINI INTERVIEW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공연계의 자세

강은빈 국립극장 온라인 홍보 담당자


Q. 유튜브 댓글을 통해서 본 반응이 꽤나 뜨겁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홍보 담당자가 느끼는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요.

A. 국립극장은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을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사업을 통해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의 대표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두 전통의 현대화와 동시대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번 온라인 상영을 통해 전속단체가 추구하는 장르적 특징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전통예술 공연이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보니, 그저 몰라서 낯설게 느끼거나 관람할 생각조차 못한 분들에게 첫 만남을 주선하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연 실황 온라인 공개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A. 국립극장은 2017년부터 10분 내외 길이의 하이라이트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대표 레퍼토리 공연 실황을 촬영해 왔고, 이번 기회에 음향과 편집을 다시 손보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무거워진 국민의 일상에 작은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인 만큼, 기존 관객은 물론 더 많은 국민이 전통예술을 한결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대표작을 엄선했습니다. 창극의 경우 사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국·영문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예술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A. 한 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장 내외의 수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막 상영을 앞두고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의 동의를 얻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는데,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자 모두들 공감하며 흔쾌히 전막 상영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주셨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전막 상영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제작진의 경우, 한국에서 공연을 보지 못한 지인들에게 영상으로나마 무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아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Q. 이번을 계기로 공연 콘텐츠의 공유·유통과 관련한 국립극장의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A. 국립극장이 제작하는 전통예술 기반 공연은 타 장르에 비해 적극적 향유층이 탄탄하지 못한 편입니다. 특히 젊은 신규 관객 개발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번에 전막 상영을 진행해 보니, 동일한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 대비 전막 영상 조회수가 약 7배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전막 상영은 굉장히 효과가 좋은 홍보 수단임이 분명하나 그저 ‘홍보’에만 그친다면 유한한 발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계가 준비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 현상 중 하나가 ‘공연 영상화’라는 것은 지금 모두가 예측하는 바입니다. 국립극장은 장기적으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 영상화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공연 생태계의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공연 실황 생중계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대중에게 가까이


12월부터 3월까지 연말연시에 걸쳐 공연을 진행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은 네이버TV와 V라이브를 통해 모든 공연을 생중계했다. 단발적인 홍보 차원이 아닌 매해 조금씩 영상 사업화를 추진해 온 결과로, 특히 올해는 멀티플렉스 CGV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상영관에서 ‘올해의 신작’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공연장을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공연예술창작산실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영상 사업은 더욱 빛을 발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영상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연을 만나는 방법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현장감을 살려 공연을 ‘안방 1열’로 배달하는 온라인 생중계는 기존 관객층은 물론 공연 관람보다 영상에 친숙한 관람층까지 잠재 관객으로 흡수시켰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젊은 국악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운당여관 음악회> 7회 공연을 전면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했다. 국립국악원은 단순히 기존 공연을 중계하는 것을 넘어서 온라인 생중계를 위한 공연을 기획했다. 노선택과 소울소스·김율희·박지하·하윤주·두번째달 등 전통예술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섯 팀의 국악 단체를 초청, 온라인 시청자와 적극 소통하는 형식의 토크 콘서트를 꾸린 것이다. 50분 길이로 진행되는 공연은 실시간 댓글 기능을 활용해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과 연주를 주고받으며 실제 공연장에서는 불가능한 소통을 이뤄냈다. 앞서 국립국악원은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평일 오전 11시, 선별한 국악 영상을 한 편씩 공개하며 부담 없이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일국악’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중계는 유튜브와 네이버TV, 페이스북 등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와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나 전통예술 분야의 경우 최근 TV 채널을 개국한 국악방송이 적극 지원에 나서 콘텐츠 확산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공연한 작품 중 우수작을 골라 3월 14일부터 4월 5일까지 ‘내 손 안의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황 중계했다. 또 관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공연 온라인 생중계 ‘힘내라 콘서트’를 기획했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피해를 본 예술가・예술 단체의 작품 12편에 무대를 제공하고, 이들의 작품을 온라인 송출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힘내라 콘서트’는 4~5월간 매주 화·금요일 네이버TV를 통해 공개하며, 5월까지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온라인 공연은 공개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나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수준의 음질과 화질을 보장하는 촬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 때문에 온라인 생중계는 주로 국공립기관의 전속단체나 기획 공연에 한해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는 그 기회를 민간단체와 나누고, 대중에게는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MINI INTERVIEW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안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


Q. ‘힘내라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예술단이 아닌 외부 단체의 공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여타 극장이나 기관의 지원책과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세종문화회관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내 손 안의 극장’과 ‘힘내라 콘서트’라는 두 가지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내 손 안의 극장’은 지난해 공연한 작품 중 우수한 작품을 매주 2회씩 4주간 세종문화회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산하 9개 예술단이 총출연해 화제가 된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비롯해 서울시오페라단 <돈 조반니>, 어린이 공연인 <모차르트와 모짜렐라> <베토벤의 비밀노트> 등 총 14편을 3월 14일부터 4월 말까지 선보입니다. ‘힘내라 콘서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정된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돼 타격을 입은 공연 단체 및 예술가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세종문화회관이 지원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힘콘’은 세종문화회관 대관 취소 공연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추천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으며 연극·뮤지컬·클래식 음악 등 총 12팀을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은 편당 최대 3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예술 단체와 예술가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께서는 한결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무관중 생중계 공연을 통해 예술 단체와 상생·공존의 발걸음을 이어나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Q. 현재 공연 중계가 몇 차례 진행된 상황인데요. 실제로 시청자의 호응도, 기존 관객층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난 3월 진행한 ‘힘콘’ <오페라 톡톡>은 조회수 1만 5천 이상, 지난 4월 둘째 주 진행한 ‘힘콘’ <아도이-VIVID>은 단일 공연으로 조회수 3만 5천을 넘길 정도로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중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네이버TV 실시간 댓글창에는 “수준 높은 공연을 안방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직접 객석에서 보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등 좋은 감상평을 쉴 틈 없이 남겨주셔서 공연을 계속 관람하기를 바라는 관객 분들의 뜨거운 열망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공연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공연예술은 원래 오던 관객들이 다시 찾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공연장에 오기를 망설이던 분들로부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을 계기로 공연 온라인 콘텐츠의 창작·공유·유통에 관련한 세종문화회관의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A.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지만 영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잠재 관객의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향후 기업 협찬이나 기부금·스폰서십 등 펀드레이징을 통한 재원 조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힘내라 콘서트’는 하나의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이러한 영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저희만의 노하우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관객 분들께서 공연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태희_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서울문화재단 월간 [문화+서울] 202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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