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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Apr 13. 2022

아침마다 옷 입기 신경전

“엄마, 오늘 날씨는 어때?”

옷장 앞에서 딸이 고민하며 묻는다.

“어제는 더웠지만 오늘은 비 내리고

좀 쌀쌀해질 것 같아. 그래서 얇은 티셔츠에…”

나는 머릿속에 그려둔 코디를 말했고

딸은 내 생각과 다르게 그 옷을 집어 들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저 옷을 세탁기에 넣었어야 하는데…’였다.


요즘 아침마다 6학년 딸과 입씨름을 하고 있다

입는 옷만 돌려 입고 다른 옷을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고학년이니까 튀고 싶지 않고

자기 생각이 있겠지 싶다가도

옷걸이에 걸려만 있는

예쁜이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

무관심 속에 잊혀진 봄 옷들

“지금 이 시즌에 안 입으면 중학교 때는 못 입을 텐데

대체 뭐가 싫은 거야? 색깔? 아니면 브랜드?

같이 가서 입어보고 선택했는데

돈 주고 산 옷을 안 입고 내년에 버리면 아깝다고”

반복되는 잔소리인 줄 알면서도

딸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럼 딸은 태연하게

“저 옷은 주말에 엄마 아빠랑 나갈 때 입을게.

지금은 이거 입고 싶어. 빨리 학교가야 돼.”라며

위기상황을 모면한다.

정작 주말이 되면 다른 이유에 밀려

버림받을 운명의 옷들이지만.


출근 준비 중인 남편은

아침마다 왜들 그러냐며 안 입는 옷 정리해서

의류수거함에 넣고 이제 미리 사주지 말란다.

본인이 부족해서 사달라고 할 때만 움직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동안 딸이 말하기도 전에

철마다 필요한 옷을 구매하며

엄마 노릇을 했다고 생각했다.

딸이 바라는 방향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혹시 너 닮은 거 아니냐는 남편 말에

나의 어린 시절을 잠깐 떠올렸다.

갑자기 엄마가 자주 했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이 옷은 멀쩡하고 좋은데 왜 안 입냐?

이 정도면 ctrl+c, ctrl+v인가?

내 딸이라 그렇구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반성이 됐다.

‘그 시절 나는 왜 엄마의 충고를 듣지 않았을까?

엄마는 얼마나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됐을까…’

라는 후회와 함께 말이다.

아이를 키워봐야 엄마 마음을 안다더니…


그때는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해도 다음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어쩜 이 상황의 답은 과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신경 쓴다고 하는 것들이

그 나이 소녀들에게는 불필요한 관심일지도...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면서 미안해진다.

“나 때문에 속상했지? 지금 엄마 손녀한테

아침마다 되돌려 받고 있어. 이제라도 마음 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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