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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Nov 03. 2023

낡은 아파트에선 무슨 일이?

조명교체로 분위기 바뀔까

<레일등 교체 전>

8년 가까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

이사 올 때 탁 트인 창과 나무뷰가 예뻐 보여 보자마자

이사를 결심한 집이다. 자고로 거래를 할 때는 좋아도 아닌 척 계약 전까지 밀당을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당시 기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터라 조언은 나몰라였던 것 같다.

그 후 빠르게 계약을 진행했고, 부분 인테리어를 계획하며 조명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부엌은 카페에서 본 레일조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진처럼 사각 프레임을 설치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큰 조명 아래는 수납 가능한 긴 대리석 상판 테이블을 짜 넣어 보조 주방 겸 식탁이자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했다.

손님들이 “여긴 카페야? “ 라며 부러운 반응을 보였고 식구들도 이 조명아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집만의 자랑거리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당장 이사가 기는 어렵고 조명이라도 바꾸면 분위기 전환되지 않을까?”라며 솔깃한 제안을 했다. 이사만 고민하던 내 머릿속 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요즘 조명 스타일이 뭐더라? 그 조명샵을 가서 직접 보는 게 나을까?‘ 신랑의 허락을 받은 이상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맘이 들었다. 며칠 인테리어 사진을 뒤적이며 가격 비교를 한 끝에 기존 사각레일을 활용할 수 있는 조명을 찾았다. 오래된 아파트 천정에 고정이 가능한 가볍고 편리한 제품이길 바라며…

마침내 찾은 조명은 해외배송 제품이었는데 포인트 조명으로 딱일 듯했다. 그때는 몰랐다. 실물을 보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오류를…

결론적으로 2-3주 기다림 끝에 도착한 우주선이 연상되는 조명은 무겁고 밝기가 너무 낮았으며 아일랜드 식탁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20만 원이 공중에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조명교체는 날아갔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내손은 대체 조명을 찾고 있었지만 말이다.

<레일등 교체 후>

포기하는 마음으로 조명샵을 검색하던 중 체코 유명디자이너 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불투명한 모습이 OFF 때는 도자기 같고 ON 일 때는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이게 마지막 시도가 될 거라 설득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신랑에게 사진을 보냈다.

다행히 신랑은 화를 참아내고 더 저렴한 사이트를 찾아줬고 이후에도 주변부 빛을 밝힐 스틱조명을 찾느라 발품을 좀 팔았지만, 결론적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에고. 조명 하나 바꾸는 것도 이리 손이 많이 가니 이사는 어찌한담. 당분간 이 공간을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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