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오랜 기간 건물 운영을 하면서 산전수전 겪었지만, 이 일 만큼 마음이 힘들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2017년 여름부터 올해 초까지의 일입니다.
2017년 8월 4일. 세입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옆 건물에 사는 여자가 문을 쾅쾅 두드리며 문 열라고 해서 열어줬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심한 욕을 하더라고. 문을 닫아 버렸는데도 한참을 집 앞에서 욕하다 갔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에어컨 실외기가 시끄러워서 못살겠다고.
제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옆 건물의 그 여자는 1년 전부터 시비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좀 짜증이 났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후에 구청에서 실외기에 언제까지 조치를 하라는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시정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라 했던가. 참나 미치겠군.
시끄럽다는 실외기에서 가장 가까운 옆 건물의 한 집에 벨 누르고 찾아가서 인사드렸습니다.
실외기가 시끄러워서 죄송하다 말씀드렸더니 무슨 소리냐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겁니다. 분명 그 건물 주인의 여동생이 그랬을 거라는 귀띔도 해주면서. 그 여동생 (한 50살 정도 됩니다) 때문에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다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여동생이 자기 건물 쓰레기를 우리 집 쪽에 가져다 버리는 것도 종종 봤는데 아마 우리 집이랑 뭔가 얘기가 되어있나라고 생각했답니다.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부터 옆 집 건물의 쓰레기가 저희 집 쪽에 놓이는 일은 자주 있었습니다. 아예 택배 박스에 주소와 전화번호가 붙은 채로 있는 경우도 있어서, 제가 그러지 말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도 두어 번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냐 미안하다는 답장을 받고는 했는데, 당사자들(옆 집의 세입자들)은 본인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청에는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열 받는 일입니다.
이쯤 되면 싸우자는 거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옆집의 여자는 우리 집에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저는 그 건물에 살고 있지 않고 좀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의 상황을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결을 할까 하다가 네트워크 카메라를 사서 설치했습니다. 고작 2만 원 정도밖에 안 했지만 움직임이 있으면 제 핸드폰으로 알림도 주고, 클라우드에 저장도 해주는 딱 원하던 제품이었습니다.
'이제 함부로 못하겠지. 아니, 그냥 함부로 해봐라. 걸리기만 걸려봐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