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느Yonu Apr 23. 2024

동남아 3국 여행-가장 자본주의적 공간, 비행기


내게 가장 자본주의적 공간을 꼽으라면 비행기를 꼽겠다. 버스와 기차가 모두 같은 값을 내고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반해 비행기는 누가 더 돈을 낼 수 있느냐로 좌석이 결정된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승무원 혜정이도 그랬다. 비행기에는 선이 있다고. 이코노미 이용자는 비즈니스 구역이라는 선을 넘지 못한다.


이코노미 내에서도 돈이 좌석을 결정한다. 일찍 내리고 싶다면 앞열 좌석을 선택하는데 돈을 더 내야 하고, 좀 더 넓은 좌석을 사용하고 싶어도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대형항공사(FSC)는 티켓 비용이 비싼 대신 넓은 좌석, 음료, 식사, 기내 엔터테인먼트, 기내 충전, 와이파이 등을 무료 제공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에서는 좌석은 물론이고 음료, 식사도 모두 유료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충전, 와이파이는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의 동남아 여행 비행기는 저비용항공사들로만 이뤄져 있다. 나는 비행기에 약하다. 비행기에서 멀미도 하고 긴장도 많이 해 화장실도 자주 간다. 추락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냥 비행기에선 몸이 안 좋다.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도 성인 ADHD 환자인 내겐 고역이다.


에어아시아 온라인체크인을 마치니 좌석은 자동 배정이다. 여기서 좌석을 바꾸고 싶다면 또 돈을 내야 한다. 운이 좋았는지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은 통로 좌석이 배정됐다. 6시간이 넘는 비행이니 아마 중간이나 창가 자리를 배정받았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주고 자리를 옮겨야 했을 것이다. 좌석 간 간격도 좁고 세 자리가 붙어있는데 내가 창가에 앉아 화장실에 가겠다고 자꾸 일어나 다른 승객들을 불편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온라인체크인을 마치자 에어아시아는 내게 더 편한 프리미엄 플랫베드 좌석을 선택하라며 메일도 보냈다. 색다른 경험이 될 테니 선택해볼까 하다가 20만 원 가까운 돈이 더 들기에 내 자리를 고수하기로 했다.


한번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는 쿠알라룸푸르-씨엠립 구간은 창가 자리를 받았다. 조금 당황했지만 비행시간이 약 2시간으로 비교적 짧아 화장실은 참을 수 있겠다 싶어 그대로 타기로 했다.




내일 오전 비행기인지라 공항버스 이동 시간까지 생각하면 새벽 4시 전에 일어나거나 밤을 새워야 한다. 일단은 자보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잠이 안 와 주절주절 써봤다. 만약 밤을 새우고 간다면 비행 내내 프리미엄 플랫베드 좌석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나는 나대로 견뎌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은 언제나 좌충우돌3-동남아 여행계획 시 참고하셔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