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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Jul 25. 2020

암스테르담 디자인 스튜디오에 가다 (2)

두 번째 스튜디오: Haller Brun





두 번째로 소개할 스튜디오인  Haller Brun을 방문하기 위해 친구들과 트램을 타고 가다가 인생 레몬 케이크 가게를 소개받았다. 이탈리아인 친구 Jiacomo와 함께 간 Winkel43에서 맛있는 레몬 케이크와 티를 먹으며(영국인 다됐네…) 교환학생과 유럽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타고간 트램. 표 뽑는 기계가 고장나서 꽁짜로 탔음(??)




유럽은 대학교 간 transfer, 전학이 매우 쉬운 편이다.  Jiacomo도 베를린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왔고 이 학교가 마음에 들어서 눌러앉은(?) 경우였다. 학과장 교수님께 허락을 받기만 하면 된다고 했던 거 같다. 정말.. 너무 부럽다! 꼭 전학이 아니더라도 유럽은 교환학생(Erasmus) 시스템도 자유롭고 잘 설계되어있어서 여력만 된다면 원하는 나라에서 원하는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묵었던 호스텔 로비...(갑자기??) 근데 이 호스텔 너무 좋았어서 추천




유럽권 스튜디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계기도 유럽의 이 접근성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럽권 스튜디오들은 나라에 경계를 두지 않고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다양한 나라와 인종으로 구성된 스튜디오가 많다. 세 번째로 소개할 예정인 스튜디오 DPTNR에서 만난 디자이너들도 각각 미국인과 호주인이었는데,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무런 제한과 편견 없이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며 일하는 환경이 정말 부러웠다.




낭만가득 트램(가격은 안 낭만적임)



특히나 암스테르담은 영어로 의사소통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서, 이러한 다국적 스튜디오가 더 많은 것 같다. 네덜란드는 비영어권 나라 중 두 번째로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1위는 스웨덴),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영어로 말을 걸어도 수월하게 대화가 가능하다.


나 또한 여행 중 허름한 카메라 전문점에서 한 네덜란드 할배(?)와 영어로 긴 대화를 한 경험이 있다. 네덜란드에 머물며 단 한 번도 네덜란드어를 못 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는 게 당연할 정도로 고령인구를 포함해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놀랐다. 결국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충분히 취업을 해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라는 이야기다.(물론 네덜란드어도 잘하면 좋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스튜디오인 Haller Brun 역시,  Sonja Haller와 Pascal Brun이 2011년에 스위스에서 졸업 후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세운 스튜디오이다.




가는길에 본 댕댕이들!




Haller Brun 은 편집 및 출판에 특화된 스튜디오다. 두 디자이너의 이름에서 예측 가능하듯, Sonja Haller와 Pascal Brun의 이름을 합쳐 만든 Haller Brun은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해 왔다. 예술, 미술 분야를 주 무대로 Design Academy Eindhoven과 같은 클라이언트들의 작업을 해 왔다. ‘The Best Dutch Book Designs’ 외 예술서적 관련 수상 경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Website:https://hallerbrun.eu/about/
Haller Brun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aller_brun/


처음 스튜디오 안에 딱 발을 디뎠을 때, 스튜디오는 마치 서점에 온 것처럼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흰 벽의 스튜디오 중앙에 커다란 정사각 꼴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에 오늘 우리에게 보여 줄 책들이 빼곡히 뉘어있었다.




책으로 가득한 테이블!




Haller Brun은 책 하나하나에 대하여 1. 이 책을 디자인하게 된 이유 2. 이 책이 왜 이렇게 디자인되었는지 그리고 3. 그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이 책의 디테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깔끔하고 모던한 너낌의 스튜디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중 하나는 Design Academy Eindhoven의 2016년 졸업도록이었다. 이 도록은 2000부가 제작되었는데, 2000부 전부 다 다른 표지를 가지고 있다.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Haller Brun은 전문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고용해 각각의 표지에 그래피티를 그리게 했다고 한다. 벽면의 책장에서 그래피티 작업된 책들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전시도록을 설명하는 Haller Brun과 디스플레이





내가 인상 깊게 본 또 다른 책은, Ulay라는 사진작가의 "What Is This thing Called Polaroid"라는 작품집이었다. Ulay | Polaroids라는 전시의 도록으로, 폴라로이드 사진 작업을 담은 점이 특징이다. 아날로그 사진작가의 사진을 담은 이 책은 재미있게도 책을 보는 동안 점점 “현상” 된다. 책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책의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점점 짙어지는 검은 톤이 재미있다. 이 효과를 통해  마치 독자가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아날로그 사진 기법을 연상하게 한다.





멋진 책이 정말 많았다 ㅠㅠ




Haller Brun 은 많은 예술서적과 특별한 책들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해 왔다. 원래도 독립출판과 예술서적에 관심이 많은 나는 예술서적이 이렇게 디자인된 이유에 대해 디자이너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책을 다 돌려가며 둘러봤는데 애정이 담긴 디자인이라는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Haller Brun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학생이 질문을 했을 때였다.


“편집/출판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T가 대세가 되고 온라인, 디지털이 중심이 된 시대.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들과 급속도로 성장해가는 전자책 산업, 줄어드는 종이책 수요까지.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편집/출판 디자인에 특화된 스튜디오는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책을 소중히(?) 다루시는 모습이 마치 예술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았다.




Haller Brun: “맞아요, 어떤 이들은 종이책 산업이 죽어가는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저희 또한 전자책이 종이책을 언젠간 대체하리라고 믿어요.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예술서적은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름다운 책을 디자인하고자 합니다.”





암스테르담 도시의 사람들




나는 그들이 책을 대하는 태도에 깊이 감명받았다. 그들이 디자인한 책의 양만 봐도 Haller Brun이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책을 디자인하는데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책을 대하는 진중한 자세에서 나도 내 디자인 작업물들을 홀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러려면 일단 자랑스러울만한 작업을 해야겠지!)





스튜디오에서 호스텔로 돌아가며 본 운하 관광지




Haller Brun 또한 인턴쉽 문의를 메일로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공지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아름다운 암스테르담의 운하!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정말 좋겠지.




세 번째로 소개할 디자인 스튜디오는 DPTNR, Department of New Realities이다. DPTNR은 Widen+Kennedy라는 전 세계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 에이전시 내부에서 future-forward를 추구하는 유닛이다. 내가 암스테르담에서 일한다면 가장 일하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을 통해서 만나길!


또 다른 암스테르담 기반의 멋진 스튜디오에 방문한 글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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