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단어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 편목이라는 단어가 그랬다. 그리고 외눈박이처럼 평형감각 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이 나였다. 나는 대충 단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걸로 됐다.
2.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여기까지 하면, 문득 두 눈 똥그랗게 뜨고 살아도 숨겨지지 않는 내 허접함이 느껴졌다. 남들과는 다른 허접함이 느껴지는.
3. 어차피 쓸모없는 한쪽 눈, 그냥 감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두눈박이가 병신이란다. 나는 그냥 머저리같이 살련다. 언젠가 도래할 외눈박이 천국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