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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갱 Aug 22. 2021

[식탁으로의 여행] 쿠스쿠스 그리고 모로코

재료

스튜용 소고기 200g, 호박 1/2개 (원래 단호박을 넣어야 하는데 애호박..), 당근 1/2개, 감자 1개, 병아리콩 한 줌, 양파 1/2개, 파프리카 색깔별로 1/3개, 다진 생강 약간, 다진 마늘 1스푼, 커민 1/2스푼, 파프리카 가루 1스푼, 샤프란 2~3가닥, 토마토소스 1/3컵, 치킨스톡, 물 800ml, 올리브유, 쿠스쿠스 (1컵이 3인분 정도)


만드는 법

1. 병아리콩은 반나절 전에 미리 불려준다.

2. 소고기는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둔다.

3. 야채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큼직하게 썬다.

4. 냄비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데운다.

5. 양파를 넣고 볶다가 약간 익었을 때 소고기, 커민, 샤프란, 파프리카 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고 볶는다.

6. 고기가 노릇하게 익으면 토마토소스를 부어 섞어주고 준비한 야채들을 모두 넣고 살짝 볶는다.

7. 야채들이 살짝 익으면 물을 붓고 치킨스톡을 넣어 약불에서 1시간~ 1 시간 반 정도 조리한다.

8. (스튜가 익는 동안 쿠스쿠스 조리) 쿠스쿠스 한 컵을 올리브유나 버터를 살짝 뿌려 버무려준다. (버터가 풍미가 좋다)

9. 스튜 국물을 한 컵 정도 덜어내어 쿠스쿠스에 부어준다.

10. 스튜 국물을 부은 쿠스쿠스를 불 때까지 약불에 살짝 끓여준다. (전자레인지 돌려도 됨)

(원래는 증기에 찌기도 하는데 너무 귀찮다...)

11. 익은 쿠스쿠스를 살살 저어 풀어준다.

12. 스튜가 익으면 쿠스쿠스 위에 부어서 먹는다.



 

 모로코에 다녀왔다고 하면, 다들 ‘사막 재밌었어?’라고 물어보던데… 난 모로코가 그런 걸 기대하고 가는 곳인 줄 몰랐고, 그냥 멀리 갈 수 있을 만큼 일정의 여유가 있는 시기로 비행기표를 샀을 뿐이고, 그게 8월이었고, 8월에는 사막을 갈 수 없는 시기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모로코의 8월은 엄청나게, 진짜로 엄청나게 덥기 때문이다.

 여름 시즌에 여름나라 가기, 겨울 시즌에 겨울나라 가기, 라는 것은 쉬운 도전은 아니다. 연교차가 거의 50도에 육박하는, 인간을 냉동만두로 만들어버리는 한반도의 삶에서 여름 혹은 겨울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체험한다는 것 이외에도 조금은 인간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에 간다는 의미도 조금은 있지 않겠는가? 피서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니까. 역대급 더위였던 2018년에 북유럽으로 떠났던 것은 지금도 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이다.

 하지만 모로코를 갈 때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머나먼 미지의 나라로 떠날 때, 이것저것 알아보고 망설이다 보면 결국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 새롭고 이국적인 이미지만 마음에 안고 급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 여행 이전, 허리케인 시즌에 쿠바를 간 적이 있었던 그 쓰디쓴 실패에서도 나는 도통 학습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나라가 더울 때, 그러니까 아주 제일로 더울 때, 아무도 가지 않을 때 이곳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면, 특히 2018년의 여름을 났던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여름 부심이 있기 마련이다. 세계의 이런저런 지역들이 아무리 덥다 하지만, 이런 습도로 더운 곳은 별로 없다며, 습도만 낮아도 좀 살만 하겠다며… 그 말은 아니었다. 틀린 말이었다. 습도는 습도고 더운 것은 더운 것이다. 마라케시로 향하는 기차에 첫 발을 디디던 그 순간이 생각나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온 사방에서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린다. 너무 뜨거워서 숨이 막혀오고 구워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사우나는 더우면 나갈 수 있잖아? 이곳은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온도를 이겨내고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다양한 색깔의 기억들이 있다. 노란색 성벽, 온 도시가 파란색인 셰프 샤우엔, 마라케시 가죽 공장에서의 붉은 빛깔(과 악취)처럼 모로코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아름다운 이미지들도 당연히 있는데, 그렇게 대표적인 색깔들 보다도 모로코도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으로서의 소소한 매력들이 있었다. 호텔 대신 묵었던 ‘리아드’ 숙소에서 쏟아지던 햇살과 아름다운 문양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셨던 그 달달하고 진한 생 민트 티와 그 유리잔들(뜨거운데 손잡이가 없었다…), 너무 달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한 잔씩은 마시게 되었던 착즙 오렌지주스(하지만 얼음은 안 넣어준다!), 특정 시간만 되면 온 도시에서 들려오는 음질 낮은 기도문 소리,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조그맣고도 예쁜 집들이 빽빽이 모여 삶을 이루던 그 광경들…

여행 초반 우리는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정말 무리해서, 그 햇볕을 뚫고 관광을 나가곤 했었는데, 어쩐지 도시가 고요하고 현지인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느낌이라 조금 무섭고 어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낯설어서, 신기해서가 아니라, ‘아니 더워 죽겠는데 왜 돌아다니는 거지?’라는 엄마 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뜨거운 오후 지친 몸을 뉘이고 에어컨 풀가동된 방에서 일행들과 음악을 듣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한 명 두 명 코를 골기 시작하며 노곤하게 한 숨 잠을 청하고 나면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앗 너무 피곤해서 자버렸다, 하루가 다 가버렸어 어떡하지?’라며 헐레벌떡 숙소를 나서면 그제야 거리에 선선한 바람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사람들도 삼삼오오 모여 여러 생활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강 만두 한국인도 더운 것처럼, 모로코인들도 덥다…. 긴 낮잠 후에 정신은 몽롱하고, 목은 마르고, 배는 허기지며 이제야 도시의 곳곳이 보이는데, 그럴 때 먹었던 음식들이 바로 모로코의 전통 음식인 따진, 그리고 쿠스쿠스다. 대표적인 음식이라기엔…. 사실 거의 그것만 먹었다. 후반부엔 약간 서양의 음식이 그리워 피자와 스테이크 파는 집에서 감동하기도 했으나… 사실 그 두 가지 음식은 그냥 이탈리아의 파스타 같은 게 아니었을까? 따진과 쿠스쿠스는 그 안의 속재료가 닭, 소, 양으로 바뀔 뿐 맛은 거의 비슷한데, 따진은 아주 푹 삶은 갈비찜같고 쿠스쿠스도 작은 쌀알 크기의 파스타를 국물에다 졸여서 만드는 오트밀 같은 느낌이라 소화는 참 잘되었다. 맛도 서빙되는 그릇의 느낌(타진 그릇 하나 사 오고 싶었다… 이제야 후회하는 중)에 비해서는 아주 특이하거나 이상한 향신료의 맛이 강하지 않았고, 정말로 소갈비찜처럼 약간의 단맛이 많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주 재료 중 하나가 푸룬이어서 그렇기도 했고. 갈비찜에 대추 넣는 것과 비슷한 느낌. 그런데 정말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형용할 수가 없는 것이, 너무 덥고 몽롱해서 정신이 없어서였을까? 그때는 계속 같은 맛을 반복적으로 먹고 있다고 생각했고 꽤 맛있게 먹은 느낌이었는데, 정확한 맛이 잘 생각나질 않는다. 그리고 모로코에는 술은 물론이고 차가운 음료도 별로 없어서, 뭔가 그 녹진하고 달달한 음식들을 약간 미지근한 무드에서 열심히 먹었으니, 술 취한 상태보다 더 몽롱할 수밖에. (진짜로 시원한 맥주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술 먹다가 여행을 결심했을 정도로 술 좋아하는 일행 셋이서 어떻게 모로코까지 가서 강제 금주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이 여행이 19년이니까 따지고 보면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거의 마지막 여행인데, 2년이 지나 먼 이국은커녕 집 앞의 가게도 잘 나가지 못하는 이 시국에 기억이 가물한 그곳의 요리를 재현해 내려니 참 어려움이 많았다. 따진은 왠지 따진 그릇이 없어 그냥 갈비찜이 될 것 같고, 그나마 구하기 쉬운 쿠스쿠스를 골라보았는데, 문제는 쿠스쿠스를 모로코 식으로, 그것도 정말 모로코 현지에서 먹었던 그 뭔가 오트밀 같기도 하고 덜 익은 죽 같기도 한 그런 느낌으로 만드는 레시피가 잘 없었다. 레시피 없이 만들 정도의 실력은 안 되어서 이런저런 수소문 하여 되는 대로 조합해보았는데, 이게 잘 된 건지 정말 그때 이런 맛이었는지 검증할 수가 없으니 참 답답할 뿐. 일단 집에 있는 모든 향신료를 죄다 넣어버리되(강황, 사프란, 커민….) 뭔가 평범한 비프스튜나 빠에야처럼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당근, 호박 같은 야채들이 아주 물렁하고 달콤하게 익었던 기억이 나고, 쿠스쿠스 알알히 그 국물이 가득 배어들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는데. 여행의 동행자를 초대해 대접하니 뭔가 프랑스 요리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평을 했다. 그 뜨거운 열기,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산들하고 상쾌한 바람, 그것은 정확히 요즘의 한국의 날씨와 비슷한데, 그 낯선 모든 것들, 낯선 건물,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 낯설고도 익숙했던 맛은 몽롱함 속에 녹아버린 것일까? 낙타는 없었어도 내겐 모든 것이 신기했던, 시끄럽고도 고요했던 그곳이 그립다.

2019년에 먹었던 모로코의 쿠스쿠스. 저렇게 항상 토기 그릇 같은 타진 그릇에 서빙된다.
수제 쿠스쿠스. 타진 그릇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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