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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18. 2019

인스타 핫플, 맛집의 위엄

기다리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다

#핫플 : 플레이스(Hot place)의 줄임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뜻한다.


인스타가 대세가 되면서 그에 편승하여 예쁘게 플레이팅되는 음식을 찍는것에 중독된 적이 있었다. 예쁘게 편집하여 올리면 보기에도 좋고 남들 다 가는 곳 나도 가봤다는 뿌듯함도 느껴졌다. 몇년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먹고 조금 시들해 지긴 했지만.


나는 기다림을 싫어한다. 기다려서 먹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줄을 길게 서면 그냥 다른 곳을 가는 편이였다. 한 2년전쯤 메밀국수로 유명한 곳을 갔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찾는 곳이었다. 지나가다가 줄이 항상 길게 서 있는 것을 본 터라 평소 별로 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일행이 너무도 먹고싶어하기도 했고 나도 궁금했던 터라 줄을 서서 그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전히 그날도 손님들이 라인 안쪽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다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설레임에 기분좋은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줄을 선지 한 30분 지났을까... 처음엔 뒤쪽에 서 있어서 몰랐는데 줄이 점점 줄어들고 안쪽을 들여다보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가게 안 1층 안의 상당수의 테이블이 비어있었던 것이다. 거의 반쯤은. 특히 그곳은 1층, 2층이 나눠져 있었는데 내 차례가 되어 2층으로 안내를 받고 올라갔는데 2층은 거의 빈집 수준으로 테이블이 텅텅 비워져 있었다. 밑에는 내 뒤로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을 서서 이 더운 땡볕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테이블이 빨리 안치워져서 딜레이 되어 사람을 못 받는 것도 아니었다. 아님 일하는 종업원이 너무 모자라서 그런가 했다. 살펴보니 약간 그런거 같기도 했다. 일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그들은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의문이었다. 자리도 많으니 좀더 바쁘게 움직이면 손님들을 그렇게 기다리게 하지 않아도 될텐데 왜 굳이 저렇게 줄을 세울까. 그 이후에도 다른 맛집들을 방문할때면 그런집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도, 테이블자리가 있어도 사람들을 호명하지 않았고 일부러 한참을 기다리게 하였다. 나는 그것이 전략?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간 여행에서 그 지역에서 아주 핫하다는 카페를 갔다. 요새 여행은 맛집 탐방, 핫플 인증샷이 대세이지 않은가. 처음에 커피 맛이 뭐 얼마나 다르겠느냐 싶었다. 그치만 그곳에 여행을 가면 또 한번쯤은 그곳만의 핫플을 가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 스스로의 압박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SNS나 인터넷에만 쳐도 #존맛#핫플 등등으로 엄청나게 핫한 곳이었고, 다른데선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커피 종류를 파는 곳이었다. 얼마나 맛있고 독특한지 먹어보고 싶었다. 사진 속에서 보이는 그 카페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예쁘기도 참 예뻐보였다. 사진으로 찍으면 꽤나 근사할 것 같았다. 그러나 도착하여 나는 또 한번 놀랐다. 커피 한잔 주문하고 나오는데 2,3시간의 웨이팅이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랠 노자 였다. 그러나 주변에서 알고있었다는듯 받아들이고 예약을 걸길래 얼결에 나 또한 그렇게 대세에 편승했다. 다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곳에 갔다가 커피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듯 했다. 나는 그곳에 서서 잠시 카페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예전 그 국수집이나 가끔 갔던 다른 맛집에서 받은 느낌을 받았다. 일하는 분들이 그 많은 손님들을 봐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바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아주 천천히 하나 만들고 또 한참 있다가 한명 주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닌가. 뒤에 수많은 손님들이 대기하는데 말이다.  자고로 가게는 손님들이 있으면 항상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들이 와장창 깨지고 있었다. 하긴 그렇게 2,3시간을 기다려도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주는데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요새 나는 깨달았다. 오히려 그렇게 기다리게 하는 것이 그곳으로 사람들을 끄는 이유 중에 하나라는 것을. 나 또한 사람이 없는 가게는 들어가길 꺼리게 되고 바글거리는 곳에 섞이길 바라는 심리로 가지 않았던가. 싸지 않은 돈을 내고 소중한 한끼를 먹는데 사람 없는 곳에 들어갔다가 실패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저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무조건 박리다매가 최고, 주인 마인드로 손님입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음식을 주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이젠 아니구나, 가게마다 고유의 철학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세상은 정말 빠르게 바뀌는구나. 여전히 나는 기다림을 싫어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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