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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03. 2019

내가 겪은 서양인들의 정과 오지랖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공부했을때나 외국기업과 일을 했을때 나는 거의 99프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다. 그들의 문화와 감성, 리액션은 나와도 잘 맞았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행복 그 자체였다. 흔히 외국에서 오래 지냈던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오지랖이 넓고 남 일에 관심이 많아서 피곤하고 눈치를 보게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서양인들은 남 일에 관심도 많고 티도 많이 내며, 한국인들은 남 일에 관심은 있지만 티를 별로 내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개인적인생각입니다.) 누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환경이 바뀌면 나도 많이 바뀐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공부할 시절,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오며 형성되었던 나의 성격이 시간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그곳 환경에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다. 눈 마주치면 “하이”나 ‘하우와유” 정도는 기본이지만 걸어가다가 굳이 내 옷차림을 집으며 칭찬을 하거나 구매한 곳을 묻는 것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겪어보니 나중에 나도 그 비스무리하게 변해가더라. 그정도로 외국인의 오지랖과 참견은 정말 의외여서 좀 불편할때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일적으로 영국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 였다. 공항에서 시간이 많이 남아 편해 보이는 소파를 찾아 비스듬히 누운 채로 졸고 있는데 그쪽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내가 혹여라도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 일까 봐 조심스레 깨워주었다. 이 비행기 타는 사람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고 다시 눈을 감았지만 그쪽 게이트의 비행기가 이륙할 때 까지 사람들은 지나가다가도 나를 깨워주었다. 또 소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은 내게 캐리어 도난을 조심하라고 여태 자기가 지켜 봐주고 있긴 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서 자긴 이제 비행기를 타러 가겠다고 쿨하게 인사를 하곤 떠났다.


한번은 미국에서 남자친구와 호기롭게 버스를 탔는데 공교롭게도 차비를 할 현금이 모자랐다. 카드도 없고 머피의 법칙 그 자체였던 상황. 무슨 일이냐며 한,두명이 다가오더니 있는 돈을 털어서 이걸로 차비를 하라고 하는 사람들. 고마워서 땡큐를 외치니 도움이 되어 오히려 더 기쁘다고 한다. 또 캐리어를 끌고 길을 걸어가면 다가와서 도와주거나 도로를 지나던 차들이 어디까지 가냐고 태워다 주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차를 타는 건 조금 위험해서 거절했지만)


또 어떤 남자는 이상한 눈빛으로 쫓아오길래 못 알아듣는 제스춰를 해주고 그냥 걸어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30분을 넘게 이리저리 쫓아오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기네 나라 말로 중얼거리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그땐 너무 어릴때라 경찰을 부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이리저리 피하며 걷고만 있는데 경찰의 눈에 띄었나 보다. 경찰은 즉시 내게 다가와 무슨 일이냐며 묻고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껄떡남은 도망가버렸다. 경찰은 괜찮냐고 물어보았고 괜찮다고 하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몸을 수구리고 나에게 시선을 맞추고 얼굴과 몸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정말 괜찮냐고 확인 하였다. 그들은 내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마치 아이를 대하듯 걱정하며 내가 가는 곳까지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위에서의 경험은 외국 오지랖의 예였지만 내가 한국인으로써 느끼는 한국인의 정과 장점은 또 어마어마하게 크다. 한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게 배려를 해준다. 보통 서비스나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의 일처리, 배려심은 최고라는 걸 점점 살수록 더욱 느끼고 있다. 최근엔 개인적으로 주민센터나 시청을 갈 일이 많았는데 사람들 하나같이 다들 조용조용 내가 편하게끔 배려해 주었고, 나의 상황을 되물을 때는 아주 조심해하며 큰소리로 말하지도 않았다.


한번은 교보 문고에서 구경 중인데 어떤 사람이 빈혈인 듯 갑자기 심상치 않게 주저앉았다. 어떤 외국인이 호들갑을 떨며 큰 소리를 질렀고, 그 옆에서 재빠르게 다른이들은 119를 부르고 다가가서 보살피고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너무 큰소리를 내면 상대가 민망해질까봐 속깊게 배려하는 모습이 모습이었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조용하고 남일에 입을 열지 않는 성향으로 돌아갔지만 가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환경의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서양사람들의 오지랖도 정말 행복하게 받아들이며 살았고, 또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정도 느낄 수록 따듯하다. 사람사는 것은 어찌보면 다 비슷하면서 딱히 누가더 정이 많다는 걸 판단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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