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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Apr 03. 2020

'짝사랑'으로 알아보는 사랑의 의미

[미리 보는 영화] <사랑이 뭘까>, 당신은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나요?

오직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다. 자신의 직장 업무도 뿌리치고 오로지 한 남자만을 위해 살아온 그녀는 결국 직장에서 해고되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20대 후반의 여성, 야마다 테루코의 이야기다.           

▲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영화 <사랑이 뭘까>는 가끔은 자상하고, 대부분 이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마모루(나리타 료)와 그런 그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마모루 지상주의'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의 현실 공감 로맨스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여성주의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이 뭘까>의 메가폰은 로맨스의 독특한 변주를 주로 보여주는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이 잡았다.


젊은 세대들의 연애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영화들을 통해 감독으로의 입지를 다져온 그는 <새드 티> <세임 올드, 세임 올드> 등 '확실한 정답이 없는 사랑'이라는 콘셉트를 관철해왔다.


영화의 작품성과 출연 배우들의 명연기에 있어 부족함을 찾을 수 없다.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키시이 유키노) 수상,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제39회 하와이국제영화제 스포트라이트 온 재팬 후보, 제11회 TAMA영화상 신인여우상(키시이 유키노)&신인남우상(나리타 료) 수상이 바로 그 증거다. 영화 <사랑이 뭘까>는 키시이 유키노, 나리타 료를 일본 라이징 스타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 중심적인의 연애관을 바라보다


두 남녀가 처음 만난 곳은 지인의 결혼식 뒤풀이에서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마모루의 저돌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테루코는 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녀는 보통의 외모, 키, 몸무게, 스펙까지도 어느 하나 눈에 띄지 않는 마모루지만 알 수 없는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나 몸이 좀 안 좋아서 온종일 집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는 상태인데 혹시 아직 회사면 잠깐 들려서 먹을 것 좀 사다 줄 수 있어?" (마모루)


마모루는 이런 테루코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마모루의 요구에 아무런 불만은 없다. 테루코는 곧바로 시장으로 달려가 급하게 장을 보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 출근이 늦거나 힘들지언정 오직 마모루에게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테루코가 만들어준 밥을 맛있게 해치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모루는 볼일을 다 봤으면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말을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건넨다.


"테루코, 나 그게 하고 싶어..." (마모루)

▲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마모루는 테루코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조차 아니다. 그럼에도 마모루는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테루코에게 잠자리를 요구한다. 평행선을 그리듯 조금이라도 테루코가 자신과 가까워지려고 하면 새로운 벽을 쳐 버리는 마모루다. 그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마모루는 테루코와 대화할 때마다 정면을 응시하고는 있지만 결코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어디를 쳐다보는지조차 알 수 없는 초점 잃은 눈동자. 테루코의 눈에 비치는 마모루의 모습이다. 테루코도 이게 정상적인 연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의 옆에 있고 싶은 그녀다.


사랑은 돌고 도는 것... '세 갈래의 짝사랑'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전부라면 이 영화는 삼류 짝사랑 멜로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얽히고설킨 오묘한 관계가 펼쳐진다.  

▲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자유분방한 여성 스미레(에구치 노리코)와 테루코의 소울 메이트 요코(후카가와 마이) 그리고 요코만 바라보는 나카하라(와카바 류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요코는 마모루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증오하며 비난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는 나카하라에게는 마모루와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취한다.


테루코가 좋아하는 마모루는 스미레(에구치 노리코)를 좋아한다. 그리고 스미레는 마모루에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 짝사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이 뭘까'라는 고민을 등장인물들과 함께하게 된다. 이들이 어떤 선택으로 어떤 사랑에 이르게 될지 유추하면서 따라가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다.  


섬세한 인물 감정선, 영상으로 구현


양손에 여러 개의 짐을 힘겹게 끌고 가는 테루코의 모습과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같은 방향으로 걷는 마모루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무거운 짐들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테루코의 발걸음을 결코 맞춰주지 않는 마모루다. 점점 두 사람의 거리감은 멀어져만 간다. 마지막까지 마모루는 단 한 순간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영화 <사랑이 뭘까>에서는 이처럼 각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미에 공을 많이 들인 모양새다. 각 인물들의 가지고 있는 성향과 특징을 살린 장면들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더군다나 주인공 테루코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설정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깊은 속내를 담은 내레이션 독백부터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과 부딪히는 이상과 가치관이 인상 깊다. 남녀 관계를 묘사하는 외설적인 표현과 장면들이 가끔 등장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함이나 부족함이 없다.             

▲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 (주)엣나인필름

   

극 중 여자 주인공 테루코 역은 배우 키시이 유키노가 맡았다. 그는 2014년 도쿄 가스 광고 <어머니의 성원>에 출연해 취업 준비생의 서러움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일본을 울린 배우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 후 다양한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남자 주인공 마모루 역은 배우 나리타 료가 맡았다. 모델로 데뷔한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다.


한편 영화는 오는 9일 개봉한다.


별 점 : 4/5(★★★★)


한 줄 평 : 사랑에 빠져들기 전, 미리 공부해야 할 '사랑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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