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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sito쏠레씨또 Aug 28. 2022

이력서에 못 담은 육군 간호학사장교 합격기(1)

소신이라기보다는 오기였습니다.

간호학과에 입학할 당시부터 졸업 후에 간호장교에 대한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떨어진 사관학교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와중에 간호학과 졸업생은 학사장교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내게 주어진 차선이 있음을 마음속에 품고 입학을 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4년 동안 내 진로는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어느 날은 NGO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기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형병원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했다. 지금에서 보면 모든 게 내 의지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남들과는 남달라 보이고 싶은 가운데 뒤쳐지고 싶지는 않고 싶던 그저 평범하고도 애매한 학생이었다. 


4학년이 되었고, 슬슬 공채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대부분의 병원은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채용을 시작하는데 나는 몇 번 넣지도 않은 서류에서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겨우 얻은 면접에서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선택지에서 거절을 당하고 나니 더 속이 상했다. 철없는 마음에 나를 몰라준다고 치기 어린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졸업예정자들 중에서 간호사가 되기에는 실력이 못 미쳤고, 환자를 위하는 진실함이 간절하기 않았다. 그래도 4년간 학비를 대주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최소한 내 밥벌이는 해야겠기에 내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간호장교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하반기에 치러지는 육, 해, 공 학사장교 모집공고를 찾아서 그에 맞춰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가 한때 원했던 일이기도 했었고 군인과 간호사 두 가지 직업 모두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 더 매력적으로 끌렸다. 제복을 입을 수 있다는 로망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공채 탈락으로 다친 내 자존심을 남들과는 다른 길을 보여줌으로써 회복하고 싶었다.  학과 동기들은 일부는 이미 병원에 합격하거나 하반기 공채 준비와 막 학기 병원 실습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건조하고도 차가운 바람이 불던 시기에 곧 다가올 간호사 면허 국가고시도 열을 올려야 하는 와중에 학과 내 통틀어서 유일하게 장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되었다. 

2013년에 저장된 이메일함에서 꺼낸 육군 학사장교 모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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