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 문신 검사도 포함입니다.
서류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신체검사와 인성검사 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역시 군인선발의 과정에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일반적으로는 병원 채용에서는 서류-면접-건강검진의 순서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신체검사에서 군인으로 일하기에 기능적으로 부적절한 사람을 빨리 거를 테니, 적합지 않은 지원자는 다른 길을 어서 가라는 느낌이었다.
남자 지원자들은 각 지원별 국군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지만 여자 지원자들은 모두 대전 국군병원에서 일괄적으로 시행된다. 다른 부분들은 비슷했는데 그곳에서는 복부초음파 검사까지 포함해서 이뤄졌다.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검사들을 마치고 나니 여자 군인이 10명 정도 되는 지원자들을 특정 방으로 이동시켰다. 검사 중간중간에 의무병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서 "사지 검사"라고 하길래 그건가 싶었다. 대기하던 중에 어떤 남자 의무병이 그 방에 노크를 하면서 보고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여자 군인이 상기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와
"지금 사지 검사 중에 노크를 하면 지원자들이 얼마나 당황하겠냐."
라면서 언성을 높였다. 속으로는 무슨 검사를 하는 것이길래 그런가 내심 궁금하던 찰나에 내 차례가 되었다.
2평도 되는 방에 들어가자 그 군인은 지원자들에게 벽을 따라서 선채로 서로를 보지 못하도록 등 돌리도록 했다. 이윽고
"지금부터 사지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사지 검사는 팬티를 제외한 모든 옷을 벗은 채로 문신이 있는지 없는지 제가 확인합니다. 그리고 지금 검사하면서 들키지 않아서 입교를 하거나 혹은 장교로 임관이 되어서도 이후에 발견될 시에 중도에 그만둬야 하니 알고 계시길 바랍니다."
라고 눈을 감고 팬티만 입고 있는 지원자들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문신이 없던 나는 긴장할 이유가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떨렸다.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지만 눈을 감고 있는 그때는 마치 초등학교 때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눈감도록 시키고 자백을 요구했던 때가 떠올랐다.
(추가로 비교하자면 미군부대에서 일할 당시 수많은 군인들은 문신을 하고 있었다. 단, 군복을 입었을 때는 문신이 노출이 되지 않는 선이었다. )
그렇게 예정된 절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대전의 모 대학병원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육군 간호장교 모집과정의 마지막 절차인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