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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esito쏠레씨또 Dec 25. 2022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운동도 완급조절을 하면서 해야 합니다.(A Sound Mind_)

내가 먹을 밥을 해 먹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심지어 눈을 뜨는 것도 버거울 만큼 힘겹게 느껴졌다. 사사로운 일상들이 괴롭힘이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물리적 압박이 심했던 생애주기의 한 시점보다 훨씬 못 미치는 내 의지와 활력은 지하 땅끝까지 내려갔었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언제 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럴 거면 100 시대에 나 또한 저 평균에 맞춰줘서 살아햐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왕성한 시기인 40대까지만 살아도 길고지루할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서 돈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시간에 믿고 돈에 의지해서 버티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한결 너그럽고 여유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1. 밥을 무조건 사 먹었다.

2.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했던 대청소를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뤘다.

3. 경락마사지 20회권을 끊었다.

4. 매일 했던 영어공부도 다 내려놓고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고 일하는데 온전히 썼다.

5. 답답할 때면 카페에 가서 일했다.

6. 태백, 삼척으로 11월에 워케이션(Worcation)을 혼자 떠났다.

7. 필라테스운동이 지루하고 자극이 없어 수강 종료 후 요가와 락클라이밍으로 갈아탔다.

8. 우울하고 무기력할 순 있어도 자기 연민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10월부터 시작되었던 조율되지 않던 마음들이 12월 중순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재료를 골라 밥을 직접 지어먹고, 집안정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휘몰아쳤던 감정들이 잦아들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씩 생기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몰두했다. 결론적으로 고강도운동으로 지친 심신과 만추(晩秋)로 인한 호르몬 조절기능상실은 반복되는 환경을 바꾸고, 돈을 들여 벌어낸 시간을 나에게 충분한 휴식으로 선물해줌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했다.


여전히 크로스핏은 나에게 가장 재밌었던 운동이다. 더불어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일 순위로 추천할 만큼 참여하는 동안 활력을 주었다. 실제로 재미를 붙여서 실력이 쑥쑥 늘고 있었으며, 짧고 굵게 진행되는 와드(Workout of The Day), 드라마틱한 운동효과,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 재미가 없었다면 주 6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좀 유별난 편이라서 그렇지 하루에 2 타임 뛰는 장기회원도 많다. 다만 타고난 내 신체조건에는 부합하지 않은 운동이었을 뿐이다. 


건강하고자 시작했던 운동이 내 일상을 집어삼켰을 때 끝까지 그것을 의심하지 않으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에게 유일하게 활력이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애써 외면했던 원인들을 마주하고 회복하는데, 시간과 돈을 들임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살다가 또 이런 시기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에 돈을 모으고 조금 느슨해져도 때가 되어 시작하면 바로 메워질 만큼의 단단한 내공을 지금같이 여유가 있을 때 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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