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걷기가 좋다. 다행히 체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겨우 딴 운전면허는 장롱 면허라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여기저기 잘 걸어 다니는 뚜벅이 인생이다. 여행을 가서도 택시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걸어 다니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이 내 취향에 잘 맞는다. 우연히 길을 잃다 보면 맛집이나 카페를 발견하는 등 소소한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생길이 훤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라는 로망은 여전히 갖고 있다. 작년에는 지역 걷기 축제도 참여했었고 올해는 서울 둘레길을 완주하며 스탬프 찍기가 하나의 목표였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아직 시작하지는 못했다. 올해 안에 꼭 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 선물 받은 책 하정우의 걷는 사람을 여러 번 읽으며, 걷기에 더욱더 매료되었다. 걷는 사람을 읽은 사람이면 99%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당장 뛰쳐나가 걷고 싶고 하정우가 애용한다는 핏빗 스마트워치가 미치도록 갖고 싶어진다는 것인데... 나도 보통의 사람인지라 그 2가지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났고, 결국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스마트워치도 질렀다. 생각해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충동구매였다. 소비를 합리화하기 위한 너무나 좋은 기회가 아닌가.
그래도 스마트워치가 도착한 날부터 만 보 걷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사실 스마트워치를 구매한 일은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선 보상이자 환경설정 같은 것이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는 내가 폭우가 쏟아져도 걷기위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 걸을까' 생각하며 늘 걸을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귀찮으면 "비오니까 못 걷겠다. 오늘 피곤해서 쉬는 게 좋겠어. 걸을 힘이 없어" 등등 걷지 못하는 이유와 변명들을 수만 가지 만들어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걸을 수 있을까. 언제 짬을 내서 걸을까 온통 어떻게든 걷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만 미루기 위해서 우리는 갖가지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다. 그런 변명들이 자신을 변화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매는 가장 큰 방해요소 같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진짜 진짜 좋은 걷기는 2가지이다. 첫째는 걷는 순간을 온전하게 느끼며 걷는 것이다. 알고 보니 걷기 명상이라는 것도 있다. 그만큼 집중해서 걷는다는 것 자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뭘 얻기 위해 걷는다기보다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 같다.
책 '걷는 사람'에서 하정우는 하와이에서 걷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참 낭만 있고, 부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어디서든 걸으면 되지 하와이라니?' 이러면서 질투 어린 반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하정우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하와이에 가면 나는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 지구. 이 땅의 일부라는 안정감을 느낀다. 하와이의 자연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가고 기분이 편안해진다.
49p
와..진짜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니 표현이 너무 아름답고 예쁘게 느껴진다. 나는 나무가 많은 숲이나 산에 가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푸르른 것들이 나를 안아주고 보호해주는 것 같다. 최근에 걸으면서 갑자기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번쩍 떠올랐다. 자연스럽다는 말, 너무 멋진 말이 아닐까. 나도 자연스러운 사람, 자연과 닮은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자연스럽다 (自然---) [형용사]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2.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하다.
걸으면서 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연의 색채에 감동하고, 식물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동물들의 부지런함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감을 배운다. 한없이 부족하다고 불평불만 많았던 지난 나를 반성한다.
자연에 머물러 있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또 바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혹시 그냥 걷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디오북을 들으며 걷기도 추천한다. 바쁜 현대사회라 책 읽는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 독서가 부담스럽다면 걸으면서 오디오북는 듣기 정말 좋다. 남이 읽어주는 책 참 매력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혜를 얻으며 정신적 에너지도 채울 수 있다. 이른 아침 걷기는 고요함이 좋고, 낮에 걷기는 썬샤인 샤워를 흠뻑 받아서 좋고, 저녁 걷기는 살랑살랑한 바람이 좋다. 우리는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걸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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