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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짜리 칼을 샀다

by 헤나따

시작은 평범한 금요일 저녁이었다. 밤 늦게까지 할일이 산더미이던 시즌을 지나 그때쯤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금요일 저녁 예능 <편스토랑>을 켰다. 류수영이라는 배우가 처음 나와 의외의 요리실력을 선보였다. 요리 실력 뿐 아니라 "영업"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주방 도구를 어떤 걸 사면 좋은지, 식재로는 어떻게 해 먹으면 좋은지 설명해주는데 평소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그 배우가 어쩜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지, 그가 쓰는 칼이며 도마며 접시며 어쩜 그렇게 좋아보이는지.



이미지 출처 : ytn




때마침 나는 신혼살림을 하나 둘 장만중이었던 참이라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그중 그가 쓰는 칼에 꽂히게 되었다. 티비 속 배우는 값이 좀 나가니 굳이 이 브랜드를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사로잡힌 후였다. 그 배우는 자신의 어머니가 쓰던 칼을 물려쓰는 중이라고 했다. 칼을 20년씩 쓰다니. 친구들에게 말해보았지만 반응은 꽤 싸늘했다.


"보석 같은 건 별로 안 사고 싶은데 나 백만원짜리 칼세트를 사고 싶어."

"언니가 요리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칼을 백만원짜리를 사."


그렇지만 이미 남의 의견은 들리지 않았다.... 방문판매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방문으로 구입했다. 혼수로 사는 거 아니면 언제 또 이런걸 사보겠어, 라는 무려 생각으로 셋트로 샀다. 내것만 사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시어머님과 엄마 칼도 한자루씩 샀다. 남자친구는 이것만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배려를 해주고 싶었는지 아무런 코멘트로 하지 않았다. 칼은 매우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나무 도마 위에 두고 고기를 썰다가 나무까지 썰어버릴 정도였다. ^^;



친구가 선물해준 드롱기 토스터와 컷코 칼 세트



결혼 비용 정리를 하다가 문득 현타가 왔다. 리클라이너 쇼파를 160만원 주고 샀는데, 칼 세트를 150만원(내거 105만원+선물용 2자루 25만원) 주고 사다니....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옆에서 엄마 아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려댔다.


"칼을 누가 한자루에 20만원이나 주고 사냐."

"한번 사면 20년 쓴대잖아. 나중에 내 자식이랑 너네 자식들한테 한 자루씩 물려줄거야."

"어휴... 20년 동안 잘 쓰는지 명절마다 확인할거다."


온갖 구박 속에 샀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흑흑... (그런데 조금 속이 쓰리긴 하다.)

엄마에겐 칼 가격은 비밀로 하고 선물을 드렸다. 택배로 바로 보내드렸는데, 택배 받고 한번 써보시자마자 전화가 바로 왔다.

"야, 니 칼 얼마 주고 샀노? 딱 보니까 엄청 좋은 칼이구만."


오호...! 비싼거 괜히 샀다고 한소리 듣긴 했지만, 엄마가 저정도로 화내실(?) 정도의 품질이라면 칼이 좋긴 한다보다. 엄마는 그날 이후로도 전화가 와서 "이거 미제가?" "칼 어디서 샀노?" 등등 칼에 대해 자주 물어보셨다. 퍽 마음에 드셨나보다.


만약에 컷코를 살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가 먼저 사보고 추천해드리는 품목!


이미지 출처 : 컷코 공심 홈페이지



1. 스페출라스프레더

생긴게 좀 특이한데 한쪽이 톱날바퀴 모양으로 생겨서 아주 잘 잘린다. 빵칼로 쓰면서 빵을 자르고 넓은 면으로는 잼이나 버터를 바를 수 있다. 김도 봉지째로 슥슥 자르면 잘 잘리고, 특히 계란 풀 때 칼날이 있어서 계란 심이 아주 잘 풀린다. 특이하고 귀엽게 생긴 칼이지만 요모조모 쓸모가 많다. 가격도 컷코 제품 중 가장 저렴하다.


2. 양식기 나이프

양식기 나이프 잘못사면 스테이크 먹을 때 고기 진짜 죽으라고 안 잘리는데 컷코 나이프는 매우 잘 잘린다. 전매특허 톱니바퀴 모양 칼날. 조금 비싸긴 해도 쓸 때마다 만족중.


3. 페팃산토쿠나이프

일반 식칼보다 작은 미니 사이즈인데 나처럼 손이 작은 사람에게 딱 좋을듯. 손이 작지 않아도 요즘엔 큰 요이를 잘 안하니까 요 칼이면 오히려 훨씬 활용도 높게 잘 쓸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칼을 안 사고 양가 부모님들 선물용으로 드렸는데 매우 탐이났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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