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은 노래, 오래 남을 노래… 데이식스 'HAPPY'
데이식스의 새 미니앨범 'Fourever'를 출퇴근하며 여러 번 돌려 들었다. 상쾌한 사운드가 필요하기도 했고, 최애곡을 꼽고 싶어서였다. 숏폼의 세상에서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은 고지식하게 듣는다. 그게 숱한 낮과 밤을 쏟아 24분 20초의 음악으로 만들어준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니까.
가장 '좋은' 곡과 별개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개인의 취향 문제이기도 하다. 내 경우엔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그 순간의 상태에 따라 최애곡을 결정한다. 가사를 듣고 감정이입하게 되면 그 노래는 한동안 무한반복으로 듣는다.
그런 날이 있을까요? 마냥 좋은 그런 날이요
내일 걱정 하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날이요
뭔가 하나씩은 걸리는 게 생기죠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준으로, 데이식스 신보의 최애곡은 'HAPPY'가 됐다. 사실 언뜻 듣고 약간 유치하게 직관적인 메시지와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걸려 입덕 부정기를 거쳤다. (혼자만의 시상식이면서 굳이 부정까지 해가며 엄격할 건 또 뭔가) 자고로 입덕 부정기라고 함은 "내가 걔를? 어머어머~ 야 웃기지마!"(퍽퍽) 하면서 입으로 손 가리고 웃으며 눈은 흘깃 "걔"를 향하는 그런 것 아니겠는가. 처음부터 반했단 거다.
메시지가 유치해서 걸렸다는 건 마찬가지로 유치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단 이야기다. 직관적이라 걸렸다는 건 요즘 내 마음이 이 노래에 포개졌단 뜻이다. '알고리즘'이라는 단어가 튀게 들렸다는 건 작사가의 노림수에 잘 걸려들었단 의미다.
작사가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영케이였다. 주말의 어느 날 빨래를 널으면서 인기가요에서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무대를 처음 보던 때가 생생하게 생각난다. 가사가 저게 뭐야... 하면서 빨래 털던 손을 멈추고 가사가 그려내는 콘크리트 사이의 장미를 떠올리며 은근 감동 받아서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작사가는 영케이였다.
그냥 쉽게 쉽게 살고 싶은데
내 하루하루는 왜 이리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건데
데이식스의 'HAPPY'도 그런 느낌이었다. 언뜻 들으면 신나지만 가사 자체는 열심히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위로가 필요한 내용, 그러니까 울면서 달리는 것 같은 노래 말이다. 역설적으로 제목도 'HAPPY'다.
무거운 마음 한 점 없이 개운하게 웃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하는 당신에게, 그러니까 나에게, 그런 고민을 혼자만 안고 있진 않다고 데이식스가 노래한다. 해답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혼자 고민하느라 외로울 뻔했는데 노래만큼의 시간으로 곁에 있어주니까.
봄이 돌아왔고, 청춘(靑春) 밴드 데이식스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