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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Oct 21. 2023

내 마음에도 뜨는 별 2

  목포에서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다. 여러 나라의 교포들까지 참석하여 아시안 게임 못지않다. 늘 나와는 관계없거니, 하나의 치러지는 먼 행사로 여겼다. 이번엔 물이 조금 튀었나. 사실 물이 번졌다고 할 수도 없는데 마음이 다르다.


  중계방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남편이 스포츠방송을 틀어놓으면 시끄럽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자신이 스포츠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아들이 오면 좋아한다. 밤늦게까지 아들과 주거니 받거니 경기를 보아도 마누라가 짜증을 안 내기에. 그때가 참 즐거워 보인다. 아들 바라기인 나도 아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아무 말  않는다.

 

 이제는 내가 길이 들어 그 긴 시간 동안 오며 가며 주워 들은풍월로 아는 체를 하며 그냥 지낸다. 경기에서 들려지는 소리들이 소음이 되어 집안을 울리면 가슴이 답답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은 소리를 조금 작게 줄여줄 뿐이었다. 살아오면서 양보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다. 이번엔 전국체전 개막식을 같이 보았다. 관심의 폭이 넓어져서 그렇다기보다는 체전에 나가는 아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월 중순부터 근로지원을 시작했다. 오후 시간대여서 운동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론볼 선수 훈련장에서 공을 모아 주고 점수를 살펴주는 등 같이하는 일이다. 매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볼 일 있으면 쉬기로 하고서.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분들이 많은 세월 자신을 다독거린 뒤 회사 대표로 뛴다. 장애인 체전을 준비하느라 열심히들 한다. 보고 있으면 삶의 애착이 느껴진다.

 

  선수 중 한 분은 통영에서 이곳까지 날마다 오신다. 일흔을 넘은 나이인데도 시간 반의 거리를 건너뛰듯이. 사모님이 늘 같이 오시는데 수발들기가 보통이 아니다. 딸과 전화를 하고서 푸념하듯이, 딸은 절대로 이 삶을 이해 못 한다고. 아니 이해하려 들지 않는단다. 충분히 즐겁다고 해도 딸은 믿지를 않는단다. 이제 그만 쉬라고만 윽박지른다. 자신의 나이가 되어야 납득할지 모른다며 오히려 딸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자기 걱정할까 봐서 엄마가 거짓부렁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참 즐거워 보이신다. 경쾌하고 적극적이시고 밝으시다. 한 마리 고운 새 같으시다.  


 공기 좋은 남편의 고향으로 요양 겸 아름다운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남편만 바라보고 산 세월에 강산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쉬는 것이냐고. 오히려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어 즐겁고 감사하다고. 아무리 딸에게 말해도 딸은 믿지를 않는다며 안타까워한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거기서 오는 즐거움은 덤이다.

 

 친정아버지가 크게 사업을 하여 떵떵거리는 집안이었다고. 서울 사대문 안에서만 자라서 그곳에서만 살아왔다는. 고향이 통영인 남편도 종로세무서 직원으로서 긴 다 난다 했다는데. 사고를 당하고 지나온 세월이 열여덟 해.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마다하지 않고 담담히 헤쳐 나가다 보면 웃음도 있고 기쁨도 있고 열정도 생겨난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갈등과 체념과 원망을 이겨낸 것은 사랑의 힘일 것이다.

  

 선수들이 이박삼일의 전지훈련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두 분 이서만 다시 나주로 건너간다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론볼경기는 나주에서 열리기에. 비가 오면 젖은 링크에서도 공을 던져보아야 된다며.

  이런 이야기들이 깊이 와닿아 내 마음에도 별 하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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