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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Dec 02. 2023

아주라

   추수감사절에 성도들이 과일을 가져오면 경매에 부처 이웃 돕기를 했단다. 매해 이루어지는 행사였고 이때 껐은 목사님들이 사회를 보았는데 아들이 맡았다고. 말주변도 없고 숫기도 별로 없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였나 보다.

 

 경매방법을 어릴 때 하던 마블게임에서도 따오고, 당근마켓도 등장시키고 천사가 되어 옆 사람 나눠 주라 던 지 별별 방법들이 등장하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느냐고 하자 뒹굴 거리면서 짜내었다고. 아들과 전화할 때면 재미있는 일 없냐고 늘 물었던 것에 대한 보답 같다.

 그중에 ‘아주라’는 아들 친구 중 롯데 펜과  야구장 갔던 데서 떠올렸다는. 홈런 볼이 날아오면 ‘아줘라아줘라’ 하면서 욕심을 잠재우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누군들 홈런 볼이 가지고 싶지 않을까.


 아주라에 뽑힌 사람은 초등학교 사 학년 아이였다는 것. 그 아이에게 이거는 여기서 제일 어린아이를 주어야 한다고 하자 그 학생은 흔쾌히 양보했다고 한다. 마음이 한 뼘 자라는 시간이 아니었을지. 아주라의 아는 구 개월 된 아기였다는.


 식물교실에 쓸 재료를 사기 위해 카드를 받아서 큰 마트에 갔더니 꽃이 볼품이 없다. 발걸음을 시장으로 향한다. 꽃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고 서너 군데 장사를 하고 있다. 내가 찾던 꽃이 한 곳에 있어 골랐다. 카드로 결제를 한다 하자 현금이나 계좌이체 해 달란다. 이 카드로만 계산이 가능하다니 카드 단말기가 없다고 난감해한다. 꽃집 주인이 궁여지책으로 앞 가게 사장님께 부탁을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계산을 해 준 것만으로 고마워서 영수증을 살피지도 않고 카드가 들어있는 봉지에 그대로 넣어 가져다주었다. 조금 뒤에 거래명세서를 가져다 달라고 연락이 온다. 꽃이름이 나와 있지 않은 대금만 적혀 있는 영수증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식물교실을 마친 뒤에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했더니  안 된다고 거절하지 않고 가게로 오란다. 그 집의 물건을 팔아줬으면 휴대폰으로 영수증 보내달라고 당당히 요구를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오후에 시장으로 갔다. 가게 앞에 휠체어가 놓여 있다. 사장님은 없고 사모님만 있는데 걸음걸이가 시원찮다. 거래명세서를 가지러 왔다니까 자기는 모른다고 남편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처량하지만 기다린다. 바로 앞 꽃 산 노점의 사장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속도 모른다. 한참을 기다리고 밖에 서 있자 안 되었는지 주인아주머니가 남편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나에게 적어 가라고 했다기에 내가 직접 거래 명세서를 적었다. 사진을 찍어 보내고 필요한 것 몇 가지 샀다. 혹여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데를 가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을 때가 생긴다. 노점에서 장사하는 분들은 앞으로 힘들어지고 사회적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주라’에서 사 학년 아이도 흔쾌히 더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몫을 내어주는데 우리 사회는 반대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해진다. 시스템이라는 덩어리에 묶이지 않으면 뒤떨어지고 작아지는 것 같다. 물건을 사고 영수증을 가져다주 될 것인데 꼭 자기네 카드를 받아가서 사라는 불편함을 준다. 강사료 몇 만 원에 초라해지는 순간순간들이 회의감으로 나를 내몬다. 사온 증거물이 버젓이 있고 액수가 적힌 영수증도 있는데. 꼭 유세하는 것만 같고 점점 믿지 못하는 사회 일면 같다. 아니면 내가 아직 이런 시스템에 물들지 못하고 어리숙함 때문이겠지. 좀 약아지고 영리해져야 할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격증사본을 보내라 않더니만 이번부터는 사본을 복사해 보내란다. 나라는 인물이 시스템에서 튕겨 나오지 않도록 계속 업그레이드시키지 않으면 사회의 ‘아’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뒤로 밀려나고 말 것 같은 초조함은 젊은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 사회는 자꾸만 무엇을 요구하는 걸까.


 ‘아주라’는 야구장에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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