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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Apr 27. 2024

꽃이 지는 소리

  지난봄에 블루베리 나무 한그루 샀다. 초화를 키우다 먹지고, 꽃이 피는 나무들에 눈이 갔다. 그러다 자연스레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그리워한다. 아는 분이 산성이 아닌 땅에서도 블루베리가 된다고 하여 키워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 흙 색을 보면 산성을 띄는 것 같아서. 꽃만 아니고 열매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들인 나무가 몇 다.

 

 나무에 열매 한 두 개 걸려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꽃 보는 맛 하고 또 다르다. 먹기까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화분에 키워 그것까지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언제인가는 나무에 열리는 것으로 배 불리는 시간도 오겠지! 기대를 가지고 살아간다.


  작년에 블루베리 나무를 화원에서 샀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꽃 몇 알 뽀얗더니  아쉬움만 면하라는지 검붉게 몇 달아 주었었다. 그거라도 좋았다. 거기서 멈추면 좋은데. 앙증맞은 꽃도 더 보고 열매도 더 마주할 수 있는지 궁리를 한다. 종이 다른 나무가 어울려 있어야 튼실한 열매를 매단다기에 다른 곳에서 한 개를 가져왔다. 꽃이 더 야물다. 


 세계에 백오십에서 이백 여종의 블루베리가 있다고. 내가 보기에는 열매가 다 같아 보이는데. 더 검은 것이 있고, 푸른색이 나는 것이 있다든지 개성이 있다고. 어렸을 때 산에서 보았던 정금보다 조금 큰 것 같다는 생각인데. 우리 집 아이들이 무슨 종인지 모른다. 그냥 블루베리다.  


 작년부터 키운 것은 꽃이 홀쭉하면서 더 작고 올해 들인 것은 나를 닮았는지 오동통 하다. 보기엔 얼마 전 들인 나무가 열매가 실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나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기대는 늘 바뀌는 것이니.


 문제는 꿀벌이 잘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삼월도 되기 전에 꽃이 있으면 벌 날개 짓 소리가 들렸는데. 작년부터 꿀벌 구경하기가 어렵다. 올해 꿀벌을 처음 본 시기가 사월이었다. 두 마리도 아닌 한 마리가 날아와 블루베리 흰 꽃에 들락거렸다. 저래가지고 언제 수분수정을 다 할까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곧이어 말벌이 두 마리 날아온다. 작약 꽃봉오리에 매달린다. 꽃 봉오리가 단물이라도 내는 것인지. 꿀벌에게 해코지를 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말벌을 잡을 수도 없다.


  수정이 된 블루베리 꽃은 자랑스레 몸을 봉긋하게 위로 들썩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래를 향하여 수줍다는. 아침에 쳐다보니 홀쭉한 꽃들이 별로 없다. 꽃 지고 난 것들은 우주를 향하여 교신을 보내는 장치 같다. 몇 안 되는 벌들이 수정을 한 것일까.

 

 봄이 오니 일하는 곳에 배꽃이 하얗고 복사꽃과 사과 꽃은 화사했다. 그곳엔 벌들이 많이 날아들었을까. 그 넓은 과수원에 일일이 사람이 수분수정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다. 꿀벌이 날아야 과일의 볼살이 오를 텐데.

 

 블루베리 꽃을 살펴보니 매개가 된 것들은 꽃이 지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들은 나무에 달린 채 골은 것 같다. 비가 자주 내리는 탓도 있겠지만 보기에 그렇다. 나무의 영양 상태에 따라 열매를 알아서 떨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열매 자체가 매달리지 않는다면.


 꽃이 지는 소리를 듣고 싶다. 수정이 된 꽃들은 져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미련이 남아서 끝까지 매달려 있으려 하지 않을까. 꽃이 져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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