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이해하는 가장 첫 번째는 관심 갖고 관찰하기
국어시간, 칭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기>. 고민이 됐다.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기 이전에,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법은 알고 있을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칭찬해본 적이 있을까? 그래서 첫 시간에 자기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적어보도록 했다. 그랬더니 우물쭈물 자기 모습 그리기 조차도 주저하는 아이들. 나눠준 종이는 A4 도화지인데 어떤 아이는 한복판에 종이가 꽉 차게, 어떤 아이는 구석에 조그마하게 그렸다. “나한텐 장점이 없는데..” 중얼거리며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들도 몇 보였다. 시간 안에 자기 장점을 다섯 개 이상을 쓴 사람이 우리 반 29명 중에 6명뿐이었다.
“얘들아, 칭찬을 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음.. 관찰이요?”
누군가 대답했듯 상대를 이해하는 가장 첫 번째는 관찰이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할 때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장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12살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몰라. 어른이라는 우리도 그런 걸. 그래서 우리 반에서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보기 위해 칭찬 마니또를 시작했다. 방법은 1. 내 마니또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장점 찾기 2. 칭찬하는 말을 적어 친구 몰래 사물함이나 책상에 붙여두기.
덕분에 나도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열심히 관찰하게 됐다. 하루는 우리 반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철철 넘쳐 다 흩어져있었다. 오후가 되도록 그대로 있던 쓰레기통 주변을 평소 같으면 내가 먼저 치웠을 수 있지만 그날은 죽 지켜보았다. “선생님이 오늘 우리 반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다 흘러있어서 계속 지켜봤거든. 혹시 본 사람 있어? ㅅㅈ이가 조금 전에 자기가 한 것도 아닌데 다 쓸어서 정리를 했어. 그게 정말 쉽지 않은 행동인 걸 잘 알거든. 우리 반 모두가 기분 좋을 수 있게 봉사해줘서 고마워!”
“와, 멋지다~~”
“오 ㅅㅈ이~”
몇 주가 지난 얼마 전, ㅅㅈ이가 어딘가 쓴 글을 읽게 됐다.
‘내가 쓰레기통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했을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기분이 좋았다. 난 앞으로도 우리 반 교실을 깨끗하게 만들 것이다. 선생님과 우리 반 친구들이 행복해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사실 귀찮아서 또는 다른 것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저냥 흘려보낸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관심 갖고 순간순간을 찾아줄 때 아이들은 조금 더 빛난다.
조금 더 부지런히, 작은 순간들을 찾아주고 빛내주어야지. 사소한 관심과 관찰이 한 아이에겐 큰 사랑이 되길 알기에, 이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