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OEM과 ODM, 그리고 한국콜마
이제 생산을 위한 파트너사를 선정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자본이 아주 많다면, 직접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위탁생산해 주는 많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사실 건강기능식품만이 아니라, 식품을 포함한 많은 제조업에서 전문 생산 회사에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입니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제약회사들이 출시하는 건강기능식품 중에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지금 드시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있다면, 포장 앞면의 회사명과 옆면이나 뒷면의 제품설명서에 '제조사'가 다른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건강기능식품을 어떤 기능성을 가진 제품으로 할지를 정했고, 주성분을 무엇으로 할지를 정했으니, 어느 전문생산회사와 제품을 생산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OEM과 ODM
OEM은 많이 익숙하실 텐데, ODM은 낯선 용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OEM은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문자위탁생산'입니다.
ODM은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의 약자로 '제조사개발생산'의 약자입니다. 핵심적인 단어는 'Design' 즉 '개발'입니다.
기능성, 주성분만이 아니라, 제품화를 위해 필요한 많은 것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무엇으로 할지, 그리고 그 기능성을 위해서 어떤 주성분을 선정할지, 그리고 제형까지 정했는데, 추가로 제조사가 design 할 것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생산을 위해서는 이 외에도 결정해야 할 사항들과 제조사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능성주성분 이외에도 부성분이 필요합니다.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기능성 성분은 아니지만, 주성분의 기능성과 시너지를 내거나 주성분을 보조하기 위한 부성분. 제조 공정을 돌리기 위한 부성분(예를 들어, 주성분이 공정의 제조라인에서 잘 흐르지 않는 성분이라면, 제조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흐름성을 개선하기 위한 성분이 필요합니다.). 제형을 만들기 위한 부성분(예를 들어, 정제로 만들고자 한다면, 알약형태로 뭉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죽을 만들어야 하고, 주성분의 물성에 따라, 정제로 뭉쳐지기 위한 부성분의 종류와 그 양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맛을 내기로 했다면, 이를 위한 맛 성분과 테스트 등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생각했던 제형을 다른 제형으로 바꾸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어떤 위탁제조사들은 스스로 특허를 낸 기능성성분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개별인정형 성분들입니다. 이런 위탁제조사들은 우리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회사에 적극적으로 기능성성분을 제안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로, 우리 회사처럼 처음 건강기능식품개발을 하는 업체에게는 위탁제조사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위탁제조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제품의 모든 것을 설계한 후, 그대로 생산해 주는 OEM방식보다는, 기능성과 주성분에 대한 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를 함께 Design 할 수 있는 ODM방식을 선호하게 됩니다.
생산시설의 각종 인증들
건강기능식품의 포장재를 보시면, HACCP이나 GMP 마크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생산공장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인증 중, 가장 대표적인 인증마크입니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인증들이 있습니다.
GMP: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인증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인증
ISO 45001: 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14064-1: 온실가스배출량검증성명서
TGA: 호주연방의약품관리국(TGA) 관리기준
FSSC 22000: 국제식품안전기구 인증
KMF할랄: 이슬람교할랄인증
MUI할랄: 인도네시아할랄인증
V-LABEL: 이탈리아 비건인증
Health Canada: 캐나다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Informed Choice: 안티도핑인증
KOLAS 실험실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
등등
이 외에도 생산시설과 실험시설에 대한 많은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인증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인증들을 가지고 있는 시설에 대하여, 생산시설의 품질이나 관리에 대하여 소비자로서, 그리고 우리와 같이 ODM 파트너를 찾고 있는 회사로서 믿음이 좀 더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몇 개나 있을까? 그리고 파레토법칙이 적용될까?
우리나라에 건강기능식품제조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몇 개나 있을까요? 가정에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케이스들에서 제조사를 찾아보시면, 꽤 다양한 이름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익숙한 회사명도 낯선 회사명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교육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의 업체수에 대하여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2024년이고 중간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몇몇 업체는 폐업하기도 하고, 또 몇몇 업체는 창업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이 숫자보다는 업체수가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교육자료에 따르면, 2015년 건강기능식품 관련 전체 업체수는 98774개소입니다. 이중 건강기능식품제조업이 487개소, 건강기능식품수입업이 3596개소, 건강기능식품판매업이 94691개소입니다. 굉장히 많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만 놓고 다시 보면, 2015년 기준 487개소 중, GMP업체는 216개소로 전체의 약 50%입니다. 생산액으로 보면, 2015년 건강기능식품 전체 생산액 중, GMP업체의 생산액은 91.9%입니다. 즉, 업체수로는 GMP업체가 50% 이지만, 생산액으로는 이들 GMP업체가 9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파레토법칙(또는 8:2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론입니다. 물론 요즘은 점점 더 상위업체의 독식구조가 심해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론입니다. 그럼, 건강기능식품제조업도 여기에 해당될까요?
2015년 기준, 건강기능식품의 생산실적을 보면, 상위 20개사의 생산액이 총생산액의 7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상위 20개 사는 전체 487개의 제조업체 중, 숫자로는 4% 정도입니다. 좀 더 들어가 보면, 2015년 1위 업체가 총생산액의 29%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1위 업체의 생산액과 2위 업체의 생산액이 약 6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고요. 즉, 건강기능식품제조업은 파레토법칙이 아주 잘, 혹은 더 심하게 반영되고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건강기능식품유통업이 더 심하게 부익부빈익빈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2015년 기준, 상위 22개의 유통업체의 매출이 전체시장의 약 75%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유통업체의 전체 숫자가 94691개소임을 생각하면, 0.02%의 유통업체가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유통업체의 경우, 여러 소규모 업체들의 제품을 유통하기도 하고, 도매, 중간도매, 소매 등이 혼재되어 있어서, 이 숫자를 가지고 전체시장을 분석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파레토의 법칙이 아주아주 잘 들어맞고 있는 시장임은 확실합니다.
이렇게 분석하고 보니,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건강기능식품사업에 뛰어든 것이 새삼 엄청 용감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콜마비앤에이치: 한국콜마에서 건강기능식품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제품의 기능성을 정하고, 주성분의 조합과 용량을 정한 후, 여러 제조업체를 접촉하였습니다. 몇 군데에서는 미팅 없이 거절당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정말 성심성의껏 미팅에 응해주시고, 회사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좋은 회사들이 많았지만, 우리가 최종적으로 택한 첫 제품의 ODM사는 '콜마비앤에이치'입니다.
'콜마비앤에이치'보다는 '한국콜마'라는 이름에 더 익숙할 것입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한국콜마는 사실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큰 기업입니다. 한국콜마의 여러 회사들 중, 건강기능식품의 전문제조 ODM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가 '콜마비앤에이치'입니다. 콜마비앤에이치를 첫 제품의 ODM파트너로 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우리가 놓치는 부분을 ODM과정을 통해서, 제안해 주고 채워줄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다른 회사들도 이 부분은 모두 잘해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담당자 미팅을 하면서, 우리 회사 파이토퓨어랑 콜마가 케미가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브랜드신뢰도를 위해서, 소비자에게 익숙한 ODM파트너를 원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파이토퓨어라는 회사는 이제 막 창업한 회사이고, 첫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입니다. 건강기능식품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브랜드 신뢰도인데, 첫 제품을 출시하는 우리에게 없는 것도 브랜드신뢰도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ODM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Top20에 드는 제조사 중에는 의외로 그 이름이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콜마는 Top20에 드는 제조사이면서, 일반인들이 회사이름을 잘 아는 회사였습니다.
세 번째, 제품생산의 신뢰도입니다. 물론 GMP제조소 대부분은 우수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에 제가 예시한 수많은 인증들도 많은 업체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위에 제가 나열한 모든 인증을 가지고 있는 제조소이고, 최근 저희가 결정한 제형 생산을 위한 공장을 새로 건설해서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물론, 콜마비앤에이치같은 큰 회사를 ODM파트너로 정했을 때, 단점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우선 최저생산량이 꽤 많은 편이어서, 초기자본에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일정, 품질관리 등도 자체 규정이 타이트라게 정해져 있어서, 흔히 말하는 유돌이가 없는 편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러한 품질관리제도는 유돌이가 없는 대신, 우리가 원한 '브랜드 신뢰'나 '제품생산에 대한 믿음'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제형입니다. 저희가 정한 스트레스 기능성에 적합한 제형의 생산기술을 콜마가 가지고 있었고, 저희에게 제안해 주었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콜마비앤에이치 외에도 좋은 제조회사가 많이 있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을 만나고, 생산 조건도 확인하고, 우리 회사와의 케미도 생각해 본 선택이 콜마비앤에이치였습니다.
이제 ODM파트너도 정하였으니, 제품의 최종 설계를 함께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