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유년시절

by Bee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있던 피아노는 헐값에 팔렸다. 작은 방에 반은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갈색 영창 피아노. 그건 우리 엄마의 꿈이기도 한 것이었다. 결혼하고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집에서 연습을 했고 그 피아노는 내가 태어나고 나의 것이 되었다. 그러고 나는 엄마에게 피아노 치는 법을 알려줬다.


"아저씨, 그게 그렇게 싼 게 아니에요."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한 중학생의 나는 그 이상한 광경을 바라보며 세상을 익혔다. 팔겠다고 하지도 않은 피아노를 문의만 한 걸로 트럭까지 끌고 와 피아노를 싼 값에 사려는 아저씨는 내 침대에 말도 없이 앉았고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는 세상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장사를 하며 세상을 알고 능숙하게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렸던 나는 이제야 세상을 배우고 있는 말 그대로 멋모르는 어린이 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못된 사람이 세상에는 너무 많아.


쑥스럼이 많던 유년시절, 사실은 나를 질투하던 한 친구는 내가 피아노를 안치는 게 사실 못 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도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에 나를 욕하는 것보다 이 말이 내겐 더 크게 다가왔다. 아니면 아닌 건데 뭐가 그렇게 상처가 되었는지, 사랑하는 만큼 아프게 되는 건지. 10년이 더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때의 일을 떠올리면 이 말 하나로 아파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또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좋아하는 것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잘 모르던 때이기에. 가끔 나는 14살의 나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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