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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탐구생활 Aug 07. 2020

3학년 첫 등교 전날, 하염없이 우는 너를 보며

너의 모든 감정을 존중해

방학하기 전 일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었다.

아이 바로 옆 학교에 확진자 가족이 다닌다는 소식에 

두려움이 올라와서 이기도 했지만,


두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도 충분히 잘 해주었고

온라인 수업 끝나면 실컷 책 보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는 모습이 나역시도 좋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20분 거리의 학교 통학이 내게 너무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개학 후에도 우리는 가정학습을 신청하여 

집에서 2주간을 더 생활하였고

처음으로 등교를 하기 전날이었다.


심지어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처음 학교가는 것에 대해 긴장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혼자서 심호흡을 자꾸만 하기도 하며

스스로 잘 할 수 있을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마음을 달래길래

아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하연아 긴장되지 ?

엄마도 매년 새로운 학기에는 긴장되기도 했고, 떨렸던 기억나"


"엄마 나 엄마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


"그럼 내일 학교길에 에이~별거 아니네~하면서 나올걸~?"


아이는 긴장된다며 울먹거렸고 가슴이 자꾸 떨린다고 했다.


"울고싶으면 울어도되" 


아이는 나의 말에 눈물샘이 터졌고, 

애기처럼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조용한 집에 둘째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린다.

한참을 눈물로 감정을 풀어놓던 아이의 울음이 멈추니 조용하다.


그제야 큰아이는 무얼하고있나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눈이 빨개진채로 책을 보고 있는 걸 눈치챘다.



"은호야 울어 ?"


" 하연이 이야기 듣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


더 긴장하고 있는 아이는 큰아이였다.


집을 제일 좋아하는 큰 아이는, 내성적이고 섬세한 아이다.

특히나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을 많이 하고,

익숙해지는데에 시간이 걸리는 아이.


그런 아이성향을 잘 알기에, 나도 애써 덤덤한 척 했는데

혼자 글썽이며 눈물을 삼키는 아이를 보고 

바통터치로 꼬옥 안아 준다.


" 엄마 너무 긴장되 99%가 긴장감이고 1%는 두려움이야"


,



,초등학생 때의 어린 난 활기차고 외향적이 아이였다.

그럼에도 새학기가 시작되는 날,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교실 분위기가 낯설었던 기분이 생생하다


"엄마, 엄마도 그럤어 ?
엄마도 긴장된 적 있어 ?"


큰 아이에게 씩씩함을 원하던 나지만,

어쩐지 나는 아이의 감정을 온전히 허용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 당연하지 엄마도 매년 새학기되면 긴장됬어,

근데 넌 4개월을 쉬었으니 얼마나 긴장되겠어~

눈물나면 울어도 돼 참지 않아도 돼 "


그렇게 둘째가 잠들고

늦은 ㅏㅁ까지 잠 못드는 아이는 수시로 눈물을 흘렸다.


울다 게임얘기를 신나게 하기도 하다

또 긴장이 된다고 흐느끼다 

어느새보면 또 책을 보고 있다.


문득문득 생각이나 오락가락 하나보다..ㅋ


그렇게 놀다 울다를 반복하다 새벽 1시가 다 되서야 아이는

"휴 이제 좀 괜찮네" 한마디 하고는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


.

아침에도 깨우기 전에 일찍 일어난 아이는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나는 덤덤히 " 긴장이 만히 되는구나~" 하고 이야기 해주었다.



감정은 감각의 조합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알 수 없다.

감정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준다.


- 푸름아빠 거울육아




등굣길,


둘째 아이는 자신이 고른 새 책가방을 처음으로 개시했다.

그것만으로 설레여 했고, 

어제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 엄마 나 쫌 기대도 되는 것 같아 " 하며 방글방글 웃었다.


큰 아이는 학교에 걸어가며 말한다.


" 엄마 이제는 긴장 99%였는데

지금은 긴장 50 % 설레임 50%야 "


" 오 그래 ? 

은호야 긴장되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어

그런데 너가 그걸 이겨내고 행동해보면 알 수 있어

네가 느끼는 두려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오늘 하교 후에 어땠는지 이야기 해줘~ "


그렇게 두 아이는 정문에서 씩씩하게 인사하고 나와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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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학교 3시간 다녀오는 거에

뭔 호들갑이냐고 애를 잡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었다.


'라떼는 말이야~'를 들추며

어린시절 나는 이렇게 씩씩했다고,

아이의 감정을 꾸욱 누르고 싶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보기로 선택했다.



나 스스로가 내 감정의 감각에서 자유함을 느끼니,

아이의 감정 또한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가 있다.


두 아이의 섬세한 기질을 인정하니,

특히나 큰아이의 섬세하고 풍부한 검성을 장점으로 바라보니

아이들은 나를 힘들게 하려고 하는 행동도 아니며,

유난을 떠는 행동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아이는 느끼는 감정 그 자체를

안전한 엄마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일 뿐이라는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솔직하게 감정을 고백하고 , 울고, 털어내는 내 아이들이 참 부럽고 멋지다.


하굣길 돌아오는 아이들을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 은호야 어땠어 ?"


" 응 진짜 별거 아니였어~"


그렇게 아이는 언제그랬냐는 듯 가방을 집어 던지고

편안하게 자유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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