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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솔깃 Nov 21. 2022

30대는 댄스학원을 가면 안 되는 걸까

춤이라곤 춰본 적 없는 30대의 댄스학원 수강기

지난 10월로 댄스 학원을 다닌 지 1년이 되었다.

내 나이 30대, 춤을 춰본 적도 없고 유연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용감하게 K-POP 댄스학원을 등록한 것은 지금이라도 안 하면 영영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20대 후반에 K-POP 아이돌에 입덕을 하여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을 즐겨했다. 자려고 누워서 머릿속으로 안무가 어땠는지 리마인드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언제 딱 한번 참을 수 없어서 친구들을 모아 선생님 한 분 초청해서 4시간 수업을 해봤지만 후렴구 포함한 1절도 다 나가질 못했다. (못하니까..)


JUST DANCE 2021, 트와이스의 'Feel Special' 플레이 화면

그 후에도 댄스에 대한 열망은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한 김에 JUST DANCE라는 댄스 오락게임을 사서 플레이해봤다. 땀도 나고 재밌지만, 아무래도 게임이다 보니 내가 원하는 K-POP댄스 안무와 완벽하게 같지 않았고 게임 제작기간으로 인하여 최신곡은 게임 속에 있지 않아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K-POP 종류가 많지 않기도 했고.


결국 욕구가 불 충족된 나는 지도 앱을 켜서 '댄스학원'을 검색했고, 교통편으로 접근하기 편한 곳의 학원 한 곳에 전화해 수업 등록을 문의했다. 수업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수업시간은 어떤지 학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마지막 질문...


제가 나이가 많은데, 수업 들어도 괜찮을까요?



30대 초반이라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1020대의 창창하게 어린 나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나이 먹고 방송댄스를 한다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부끄러웠다. 그런데 원장님은 오히려 걱정 말라는 듯이, 직장인, 주부 분들도 계시고 나보다 훨씬 나이 많으신 분들도 재밌게 수강한다고 하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난 후에 학원을 찾아가서 용감하게 등록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성분이 연습실 밖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아 보였고(40대 정도로 추정) 여돌 안무를 열심히 연습하시는 것이었다. 이 분을 보고 거의 충격받았던 것 같다. 춤이 좋아서, 하고 싶어서. 그저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내가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는지.


그런 말이 있잖은가.

내 나이에 못하는 것은 키즈 모델뿐이다.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나이와 체면이 어떠하랴. 일단 하고 보는 것이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 언젠가라도 도전했을 것 같다. 이것은 내 영혼이 하고 싶어 했던 것이니까.


물론 처음에는 정말 지지리도 못 췄다. 첫 곡은 에스파의 'Savage' 였는데, 처음 하는 곡 치고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왼발이 나가야 하는데 오른발이 나가려고 하고, 골반을 들어야 하는데 선생님처럼 예쁘게 안되고, 손동작도 많아서 박자 맞춰서 따라가는 것이 버거웠다. 외우질 못해서 선생님을 보고 따라 하느냐고 반박자 늦게 추고 정말 엉망이었다.


지금은 학원을 옮겼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학원을 나가고 있다. 처음 춤을 췄을 때보다도 훨씬 동작이 자연스러워졌고, 안무도 쉽게 외운다. 전에 했던 동작과 비슷한 안무가 있으면 쉽게 해내는 걸 보면 몸에 체화되는 것 같다. 1년 동안 모든 수업을 촬영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점점 잘 추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내 목표는 우리 반 선생님처럼 멋지게 출 때까지 계속 춤을 추는 것이다.


심지어 춤을 더 잘 췄으면 해서 발레도 다니고 있다. (물론 발레와 K-POP댄스는 궤가 많이 다르다.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번갈아 운동하는 느낌이다.) 친구들이 자기가 하는 운동 같이 하자고 하는데, 계속 댄스 쪽으로 고르는 것을 보면... 나는 이쪽이 맞는 거구나 싶다.


아이돌, 스우파, 스맨파 등으로 댄스의 붐이 불고 있다. 당신의 나이가 어떠한가 상관없다. 댄스학원에 가면 다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그러니까 하고 싶다면 하자. 일단 한 달 등록해보자. 어린 수강생들이야 빨리빨리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못 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말고.(그 친구들은 자기가 추는 것에만 집중해서 누가 뭘 어떻게 추든 상관 안 한다.) 용감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

30대도, 40대도 댄스 학원 다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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